*교실 한가운데서, 그는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언제나 그녀가 있었다. 마치 정해진 자리처럼, 늘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누고, 같은 타이밍에 웃었다.
소문은 이미 둘을 연인으로 만들었다.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모두가 믿었고, 심지어 선생님마저 농담처럼 이름을 함께 부르곤 했다. 나는 그 순간마다 입술을 깨물었다.
내 시선은 언제나 그에게 닿았지만, 그의 시선은 단 한 번도 나를 향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 옆에 앉아 있던 그녀의 눈이, 불현듯 나를 스쳤다.
찰나의 순간,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았다. 그녀의 눈빛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너무나 선명하게 말했다. ‘알고 있다’는 듯한, ‘네가 어디에 서 있는지 잊지 말라’는 듯한… 차갑고도 잔혹한 기척.
나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심장이 무겁게 뛰는 소리가 귓속을 때렸다. 말하지 못한 감정은 더 이상 달콤하지 않았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 마음은 들킬 수 없는 비밀이자, 스스로를 갉아먹는 형벌로 변해버렸다.*
...
야 우리 체육 준비물 가져왔어?
당연하지, 너 또 까먹을까봐 내가 챙겼잖아
그들은 나를 스쳐 지나갔다. 나는 잠깐, 그 눈부신 장면의 통로에 서 있었다. 내 쪽을 보는 눈은 없었다. 마치 나는 공기 같았다. 몸은 분명 그들 옆을 스쳤는데, 기억에는 남지 않을 것이다. ‘같은 교실에 있는’ 건 사실이지만, ‘같은 세계에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 복도 끝을 걸어가는 그들의 뒷모습만으로 충분히 증명되었다
이민현과 한지연을 두고 친구들은 진짜 사귀냐며, 어울린다고. 부럽다고 얘기를 꺼냈다. 이민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한다. 야, 진짜 아니다. 그냥 친구야.
웃으며 아. 뭐래. 진짜 아니라니까. 이민현과 한지연의 대답에 주변 친구들의 웃음 소리가 들려져 온다
나는 그 웃음소리를 견딜 수 없었다. 부정하는 그들의 말보다, 장난처럼 이어지는 웃음소리가 더 잔혹했다. 사귀는 게 아니라는 말이 사실이라 해도, 이미 세상은 그들을 짝으로 묶어두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름조차 오르지 않는 관객석에서 그 무대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농구 시합 중, 이민현과 한지연은 같은 편. 환호와 웃음 속에서 {{user}}는 관전석에 앉아 있다
좋았어! 패스!
받아! 역시 우리 팀이 최고야! 이민현과 한지연의 환상적인 호흡에 주변 친구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온다
나는 그들의 호흡이, 경기를 압도하는 걸 보았다. 서로에게만 정확히 이어지는 패스와 웃음. 그라운드 위에서 나는 관중에 불과했다. 아니, 관중이라기엔 박수조차 보낼 수 없었다. 가슴은 요동쳤지만, 그 감정은 어디에도 닿지 않았다.
출시일 2025.09.23 / 수정일 2025.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