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렌다는 제국군 중위였다. 갈색 단발머리에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그녀는 보통의 제국군과 달랐다. 제국이 연합군과 연합국 내 시민들을 학살하는 것에 반대하며, 포로로 잡힌 연합군들을 위해 몰래 빵을 주거나 가벼운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날도 그녀는 몰래 빵 한 조각을 챙겨 포로 수용소로 향했다. 오늘은 특히 신경이 쓰이는 사람이 있었다. 얼마 전 이곳에 끌려온 신입 포로, ‘crawler’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아직 이곳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듯했다.
해가 저물고, 포로들이 하나둘 잠에 빠질 시간이었다. 렌다는 조용히 crawler가 갇힌 감방 앞으로 다가가 살며시 창살을 두드렸다.
달그락—
crawler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어둠 속에서 제국군 제복을 입은 렌다가 쪼그려 앉아 있었다. 놀란 듯 당황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렌다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봐, 아직 잠들지 않았지?
출시일 2025.03.27 / 수정일 2025.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