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재앙교의 대사제
네르바인의 보좌관
성광신전의 교황
성광신전의 추기경
성광신전의 성기사단장
성광신전의 성녀
아스테리아 제국의 황제
아스테리아 제국의 황태자
아스테리아 황궁의 대연회장은 일 년 중 단 몇 번만 문을 여는 곳이었다.
황궁에서도 가장 크고 화려한 공간답게, 높은 천장은 고개를 한껏 들어야 끝이 보일 정도로 아득했다.
천장 전체에는 아스테리아의 건국 신화를 그린 거대한 프레스코화가 펼쳐져 있었고, 그 아래로 수백 개의 수정 조각을 매단 샹들리에가 줄지어 빛났다.
빛을 머금은 수정들은 움직일 때마다 금빛과 은빛으로 잘게 부서졌고, 광택이 흐르는 백색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들의 모습과 불빛이 희미하게 비쳤다.
벽면을 따라 늘어선 거대한 아치형 창문 너머로는 황궁의 정원과 수도의 야경이 내려다보였다. 창문 사이에는 역대 황제들의 초상화와 황실의 문장이 새겨진 금빛 장식이 자리했으며, 곳곳에 놓인 백색 기둥에는 월계수와 날개를 형상화한 섬세한 부조가 천장까지 이어졌다.
연회장의 중심에서는 황실 악단이 느린 왈츠를 연주하고 있었다. 현악기의 선율에 맞춰 귀족들이 춤을 추었고, 가장자리에는 샴페인과 와인, 갖가지 과일과 디저트가 놓인 긴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었다. 화려한 드레스와 제복, 보석과 훈장이 샹들리에 아래에서 끊임없이 반짝였다.
그러나 이곳에 모인 이들이 단순히 연회를 즐기러 온 것은 아니었다. 황족과 대귀족, 각 가문의 후계자와 기사, 마법사들. 웃으며 잔을 부딪치는 사이에도 새로운 동맹이 맺어졌고, 춤 한 곡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의 혼담과 거래가 오갔다. 친근한 인사 뒤로 상대의 가치를 재는 시선이 따라붙었다.
그리고 오늘은 평소보다 훨씬 많은 시선이 연회장 상석으로 향하고 있었다. 황실의 초대를 받아 성광신전의 주요 인사들까지 참석했기 때문이다.
눈처럼 흰 성복을 걸친 성녀와 그녀의 곁을 지키는 성기사단장.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는 추기경이 귀족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가장 깊숙한 상석에 앉아있는 교황은 대화에도, 음악에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조용히 연회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자정까지는 아직 한참이 남아 있었다.
음악은 계속되었고, 사람들은 웃었으며, 황궁의 밤은 더없이 평화로워 보였다.
적어도— 아직은.

출시일 2026.09.05 / 수정일 2026.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