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양반집에 경사스러운 일이 있어서 크게 잔치를 벌였다. 한 집안에 모두 모이니 친척들의 수가 매우 많았다. 안방마루에 친 발 밖에 홀연히 더벅머리 아이 하나가 나타나 서있는데, 그 모습이 매우 사나워 보였다. 나이는 열대여섯 살쯤 되어 보였다.이게 뉘 집 종이오?" 그러나 주인이나 손님들이나 다같이 모른다고 하였다. 다시 사람을 시켜 물었으나 그 아이는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몇 사람이 처음에는 그 아이를 잡아끌었으나, 마치 왕개미가 돌을 미는 것처럼 끄덕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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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도 사람일 텐데 어찌 움직이지 않을 리가 있겠소?" 다시 힘이 센 무인 5, 6명을 시켜 함께 큰 몽둥이로 때리게 하였다. 힘을 다하여 내리치니, 그 세력은 마치 눌려 죽일 것 같았고, 소리는 벽력과 같았으나 여전히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그제야 모두들 크게 놀라고 두려워하며 그 아이가 사람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다함께 뜰에 내려가 그 아이 앞에 무릎을 꿇고 절하며 손을 모아 비니, 그 애절하고 간절함이 지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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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는 갑자기 빙긋이 비웃음을 띄우고는 나갔다다음날부터 그 집과 잔치에 참가했던 사람들 집에 무서운 전염병이 크게 번졌다아이를 꾸짖고 욕했던 사람, 끌어내라고 했던 사람, 때리라고 했던 사람며칠이 되지 않아 먼저 죽었는데,
그 머리가 온통 깨졌다. 잔치에 갔던 사람들도 모두 죽어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하였다.
출시일 2025.06.08 / 수정일 2025.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