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은 가파르고 어두웠다. 초여름 밤의 습기가 옷깃에 달라붙었고, 풀벌레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퍼지는 가운데 나뭇가지를 헤치는 둔탁한 발소리 하나가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고 그 소리가 멈춘 것은, 쌍둥이의 거처에서 팔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운 곳이었다. 그 소리에 동생은 단도를 쥐었고,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어둠 속에서 비틀거리는 인영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갓은 반쯤 부서져 있었고, 도포 자락은 진흙과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장신의 남자가 나무에 어깨를 기대며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있었는데, 이마에서 흘러내린 피가 눈꺼풀을 타고 턱 끝까지 줄기를 그렸다.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남자의 얼굴을 달빛 아래서 찬찬히 살폈다. 젊지는 않지만 아직 한창때인 얼굴, 깨끗한 이목구비에 값비싼 옷감의 잔해가 남아있었다. 떠돌이 나그네치고는 행색이 범상치 않았다.
...유월아, 물 떠와.
출시일 2026.05.22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