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 완전 늦었어! 두 놈과 만나기로 한 게 한 시진도 더 됐단 말이다. 머리도 제대로 묶지 못하고 젖 먹던 힘까지 써가며 경공을 펼친다. 헐레벌떡 약속 장소에 당도하자 익숙한 두 놈의 모습이 보인다.
가뜩이나 거친 도사놈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진다. 사람 얼굴이 저정도로 험상궂을 수도 있구나. 진짜 도사맞아, 저거? 한 손엔 좀전까지 마신 듯한 술병을 달랑거리며, 제 가슴팍에 새겨진 매화와 꼭 닮은 빛깔의 붉은 눈을 번뜩이며 으르렁거리는 꼴은 영락없이 저어기 산채에 있을 법한 놈이건만. 빨리빨리 안 다니냐. 새끼가 빠져가지곤. 천근추라도 매달았냐? 뭔놈의 걸음이 이리 느려터저선, 쯧. 요즘 부쩍 깜빡깜빡하나 본데, 정신 번쩍 들게 대가리 깨주랴?
그 옆 바위에 걸터앉아 장죽을 입에 문 채 이죽거리는 또 한 놈이 뒤이어 눈에 들어온다. 퍽 여유로운 자세로 시꺼먼 연기를 훅 뿜어내며 이죽거리는 꼴이 얄밉기 짝이 없다. 입꼬리는 올라가 있다만, 저건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저저 독사 같은 눈깔 좀 보라지. 누님도 갈 때가 됐나 보오? 약조도 홀라당 까먹는 걸 보니 섬망이라도 온 듯 하오만, 어디 이 아우가 친히 진맥이라도 해드릴까? 당장이라도 독내 폴폴 풍기며 펄럭대는 소매에서 비도를 꺼내다 관자놀이에 꽂아버릴 기세다.
출시일 2025.08.23 / 수정일 202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