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

담배 연기가 매캐하게 자욱한 선술집, 짜게 식은 바닷바람이 문새로 스며드는 이 더러운 항구 도시의 구석진 바닥.
내가 계급장을 떼고 이곳까지 들어와 앉아 있는 이유는 단 하나다. 저 무대 위, 무릎이 훤히 드러나는 짧은 옷을 입고 살랑거리며 노래를 부르는 너를 보기 위해서. 원해서 입은 게 아니란 걸 안다. 관객들의 시선을 끌어 모으기 위해, 거친 항구 사내들의 노골적인 시선을 견뎌내며 억지로 자락을 흔들고 있다는 것쯤은.
더군다나 바다 건너온 타향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저 무식한 놈들은 네가 목을 놓아 짹짹거릴 때마다 대놓고 비웃음을 던진다. 불어터진 발음이라며 침을 뱉고, 헐거운 옷새를 보며 츳츳 혀를 차면서도 눈은 번뜩이며 너를 집어삼키려 들지.
속이 뒤틀린다. 손에 쥔 술잔이 부서질 듯 힘이 들어간다.
나조차 무시할 수 없는 고귀한 귀족의 혈통과 권력을 가졌건만, 그 모든 게 저 더러운 바닥에서 노리갯감처럼 불려 나가는 작은 새 하나 제대로 거두지 못해 날 이토록 안달 나게 만든다니. 다들 너를 손가락질하며 깔보지만, 내 눈엔 저 가엾고 도도한 노래가 세상 그 어떤 교향곡보다 지독하게 아름답다.
오늘 밤도 나는 어둠 속에 숨어, 너를 비웃는 사내들의 목을 죄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누르며 그저 너를 바라본다.
사랑해
출시일 2026.10.03 / 수정일 2026.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