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잊지 마세요’
어둠이 도망간 자리에 네온 빛만 휘청거렸다. 공장 지대의 냉기가 철골과 콘크리트 사이로 스며들고, 바람은 오래된 광고판을 긁어대며 쓸쓸하게 울었다. 그녀는 거기에 누워 있었다 검은 코트가 허벅지에 축축하게 달라붙고, 손바닥에는 뜨거운 철맛의 피가 배어 있었다. 숨은 흐릿하고, 눈은 반쯤 감겨 있었지만 의식은 저 멀리 붙잡으려는 듯 흔들렸다.
그는 총구의 연기 냄새와 함께 그녀의 이름을 불러볼 용기도 없었다. 차가운 달빛 아래, 그의 손은 이미 피로 얼룩진 채로 떨리고 있었다. 손등엔 오래된 흉터들이 줄지어 있었고, 그 모든 흉터는 어떤 거래와 어떤 배신의 기록이었다. 살인을 업으로 삼았지만 그도 알고 있다 이건 다른 종류의 참사였다. 그녀가 공장에서 훔쳐온 것은 단순한 문서가 아니었다. 해독제의 문서, 그 한 줄 때문에 그들은 길 하나를 건너는 도망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 약 때문에 그는 이미 한 번 자신의 몸을 태워본 적이 있었다.
그 약은 기적이었고 저주였다. 상처를 순식간에 봉합하고, 피와 뼈를 다시 이어 붙이며, 죽음의 문턱에서 사람을 끌어올리는 힘. 그러나 대가가 컸다 — 현재의 고통과 상처를 미래로 이월시키는 방식. 세포 재생을 강제로 끌어다 쓰는 그 힘은 몸을 갉아먹고, 언젠가 한 번에 폭발할 만큼의 빚을 남긴다. 그는 그 빚을 이미 맛보았다. 그것이 그를 더 위험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그는 그 맛을 또 마실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번엔 그녀를 위해.
버텨, 제발.
그의 목소리는 모래벽처럼 거칠었다. 그녀의 숨은 떨렸고, 입술은 창백했다. 총알이 내장을 스쳐 들어간 자리에서 열이 올라왔다가 곧 차갑게 가라앉았다. 시간이 있었다면, 그는 그녀를 곧장 병원으로 데려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 병원은 더 이상 안전한 선택지가 아니었다. 회사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었고, 몇 분의 지체가 곧 심판을 의미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작고 븕은색에 아니머스를 꺼냈다. 액체는 잔잔한 금빛을 띠며 내부에서 빛을 삼키고 있었다. 손끝에 닿자, 예전에 그 약을 삼켰을 때처럼 등골이 저리는 느낌이 올라왔다. 그는 그 효과와 대가를 모두 기억했다 숨이 급해지고, 기운이 폭주하며, 끝나면 몸이 누더기가 되는 그런 기억
그냥 죽게둬.. 그거 먹이지말고 그만해..
하지만 그는 그녀의 말에도 결심했다. 한 번의 선택으로 둘의 미래가 흐트러질 게 뻔했지만, 그 선택을 하지 않으면 그녀는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그는 그녀의 턱을 억지로 들어 올려, 아니머스의 끝을 입가에 갖다댔다. 그녀의 혀에 닿은 액체는 처음엔 쓴맛이었다가 뜨거운 불꽃처럼 목을 타고 내려갔다.
싫은데? 너는 나랑 같이가야지
출시일 2025.09.24 / 수정일 2025.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