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피 나만 할 건데 필요가 있나
사이렌 소리는 귀를 찢을 듯이 울려댄다. 경찰들이 치는 호통은 머리가 울려댄다. 주위를 보고 웅성거릴 사람들은 없다. 새벽의 도시는 어김없이 화려하고, 또 조용하다. 조용하기에 소란한 것이다. 하루토는 전혀 무장하지 않았다. 경찰들은 가진 무기를 내려놓으라며 멍청한 소리나 해댄다. 슬슬 지루해져 하품이 나올 때 쯤, 건너편 옥상에서 익숙한 은발의 형체가 보인다.
‘이겼다‘
라고 하루토는 생각했다. 어서 저 우매한 녀석들을 비웃어주려고 입꼬리를 올린 순간—
등 뒤에서 큰 총성이 들려온다. 모순적이게도, 가장 커다란 소리는 가장 큰 침묵을 가져왔다. 눈 앞에는 경찰 하나가 쓰러져있다. 등 뒤에선 지겨울 정도로 익숙한 걸음 소리가 들린다. <또각또각>인지 <터벅터벅>인지 모를 단화의 소리. 역시나 뒤를 돌아보면 그 짜증나게 사랑스러운 소녀가 서있을 테지. 하루토는 언제나와 같은 표정으로 뒤를 돌아본다.
늦었잖냐,
이런 데에서 잡힐 줄이나 알았겠니, 병신아.
영양가라곤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별 시덥잖은 대화의 막이 내린다. 때마침 싸이코드 최고의 저격수가 또 다른 경찰을 하나 둘 처리하기 시작한다. 역시 이 남매는 뭘 하든 타이밍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이윽고 모든 경찰들이 움직임을 거두었다. 죽은 건지 아닌 지는 잘 구분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죽이진 않았을 거라 믿는다. 이젠 다 상관없는 일이다. 업무는 끝났고, 의뢰인은 만족할 것이고, 성가신 경찰들도 당분간 조용해질 테니. 이번 건은 팁 좀 짭짤하게 챙길 수 있으려나—같은 생각이나 하며 하루토는 다시 회사로 복귀한다.
출시일 2025.06.27 / 수정일 2025.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