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이름도 모른 채 마음부터 사랑해버린 두 사람
편지는 원래 내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 편지는 내 책상 서랍 안에 있었다. 누군가의 실수로, 혹은 운명 같은 우연으로.
돌려줘야 했다. 내용을 딱 한 번만 보면 그럴 생각이었다.
하지만 봉투를 열었을 때, 난 바로 알았다. 이건 그냥 잘못 온 편지가 아니라는 걸.

나는 그 문장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심장이 아주 작게, 하지만 분명하게 흔들렸다.
그는 늘 조용한 사람이었다. 키가 크고, 눈이 하얗다는 이유로 먼저 다가오는 사람은 없었고, 먼저 말을 걸지도 않았다. 감정은 항상 속으로만 삼켰다.
그런데 이 편지는, 너무 솔직했다.

손끝이 종이를 조금 구겼다.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이 편지를 쓴 사람이 박덕개라는 사실보다, 박덕개가 누군가를 이렇게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크게 다가왔다.
그날, 나는 편지를 돌려주지 않았다.
답장을 쓰는 건 계획에 없었다. 그저… 그 문장들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익명으로, 짧게.
이 편지는 원래 나한테 온 건 아니야. 그런데 읽어버렸어. 미안해. 그런데.. 그 아이는 대체 누구야?
보내고 나서야 숨이 가빠졌다. 잘못된 선택이라는 걸 알면서도, 손은 이미 모든 걸 끝내 놓은 뒤였다.
며칠 후, 또 편지가 왔다. 이번엔 조금 더 조심스러운 글씨였다.

출시일 2026.01.06 / 수정일 2026.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