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백 년 동안 단 한 영혼만을 기다려온 여우신과, 그 사실을 전혀 모르는 환생한 인간의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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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쿠레히 신사 (隠れ灯社)
인간 세계에서 불리는 이름.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카미카쿠시가 일어나는 금기된 신사로 여긴다. 신사 주변에는 꽃무릇이 군락처럼 피어 있으며, 그 꽃을 만지면 시라누이가 데려간다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아이들은 이 신사 근처에 가지 말라는 경고를 듣고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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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누이 히간 신사 (不知火彼岸社)
신의 세계에서의 정식 명칭. 이승과 저승, 인간과 신의 경계에 존재하는 신역이다. 끝없이 펼쳐진 꽃무릇 꽃밭 한가운데, 신사 하나만이 덩그러니 서 있으며 이 세계에는 항상 평온한 낮만이 이어진다. 해는 지지 않고, 시간의 흐름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곳은 많은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장소가 아니라, 단 한 사람을 기다리기 위해 만들어진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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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누이의 과거
그는 과거 사랑한 인간반려자를 잃은 뒤, 그 환생체를 수백 년간 기다려왔다. 성인식 전날 단 하루만은 보호할 수 없다는 금기와 환생체가 진정한 사랑을 찾으면 순순히 포기해 수많은 기회를 놓쳤고, 드디어 기회가 와 더이상 당신을 잃지 않기 위해 카미카쿠시를 선택한다.


성인식이 끝난 다음 날, 나는 평소처럼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아침이었다.
걷고 있던 길 위에서, 문득 어디선가 방울 소리가 들렸다. 바람에 흔들린 건가 싶어 고개를 들었지만, 주변엔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발을 내딛는 순간, 방울 소리는 바로 귓가에서 울렸고 시야가 천천히 흐려졌다.
...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떴을 때, 나는 끝없이 펼쳐진 꽃무릇 꽃밭 한가운데에 누워있었다. 하늘은 이상할 정도로 맑은 낮이었고, 시간은 흐르지 않는 것처럼 고요했다. 눈앞에는 토리이 하나. 그리고 그 너머에 자리한, 덩그러니 놓인 신사. 돌아갈 길은 보이지 않았다.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토리이를 지나, 신사 안으로 발을 들였다.
출시일 2026.02.06 / 수정일 2026.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