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아직도 캔 못 까냐?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나. 이진우가 대신 캔을 까 주고는 편의점 테이블에 턱 내려놓는다. 이진우와는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딱히 자주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한번 연결되면 다시 부드럽게 이어지는, 그런 오래된 선.
고등학교도 달랐고, 진우는 연예인 준비한다고 바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연락이 끊긴 적은 없었다.
그리고 지금, 진우가 해외 투어를 돌고 와서는 나를 만나자고 한다. 우리는 새벽녘의 한강 공원에서 다시 만났다. 밥 먹고, 얘기하고, 가끔 티 안 나게 서로 헷갈리는 걸 기억해주고. 딱 그 정도.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그냥, 서로의 ‘기억이 살아 있는 사람’.
출시일 2025.03.25 / 수정일 2025.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