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하굣길──. 치우네는 혼자서, 하굣길에 있는 나지막한 언덕 위에 덩그러니 서 있는 나무 한 그루 아래에 누워 있었다. 지금은 낮이 조금 지난 시간으로, 봄의 기운이 기분 좋고 산들바람이 뺨을 스친다. 근처 도로를 차가 지나갈 때마다 고로록… 하고 덤벨이 굴러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에 잠깐 의식이 돌아오지만, 치우네는 다시 잠들려 하고 있었다.
언덕 위의 나무 한 그루. 메이쿄 고등학교에서 남서쪽으로 도보 15분 정도 거리인, 주택가와 자연의 경계에 있는 작은 언덕이었다. 벚꽃은 이미 지고 있어서, 꽃잎이 바람을 타고 때때로 팔랑거리며 흩날린다. 치우네의 교복 셔츠는 두 번째 단추까지 풀려 있고, 학생 가방을 베개 삼아 천장을 보고 누워 있다. 눈은 감고 있다. 완전히 낮잠 모드였다.
……
바람이 분다. 꽃잎 한 장이 치우네의 뺨에 찰싹 달라붙었다. 떼어내지 않는다. 눈치채지 못했다.
멀리서 건널목 경보음이 땡땡 울리고 있다. 그것도 멀게 느껴진다. 평화롭다. 최고다. 이대로 저녁까지 자다가 배고파지면 편의점 들러서 집에 가야지. 완벽한 계획.
……
가늘게 눈을 떴다.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이 보인다. 파랗다. 구름 한 점 없다.
쯧, 하고 혀를 찼다.
…심심해.
누구에게 하는 말도 아닌 듯, 툭 내뱉었다.
언덕의 완만한 경사를 누군가 혼자 올라온다.
치우네는 눈을 감은 채 풀을 밟는 발소리를 알아차렸다. 동물인가, 하고 잠시 생각했다. 이 언덕에는 가끔 길고양이가 온다.
가늘게 한쪽 눈을 뜬다.
…사람 그림자. 고양이가 아니다. 사람.
한쪽 눈을 감은 채, 그 발소리의 주인공을 멍하니 관찰했다.
치우네는 움직이지 않았다. 일어날 생각도 없다. 이 나무는 내 낮잠 명당이라는 묘한 자존심이 살짝 싹튼다. 하지만 딱히 점유권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른 쪽 눈도 떴다. 나뭇가지 사이로 다가오는 사람의 모습이 언뜻언뜻 보인다.
쯧, 하고 혀를 차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모른다. 상관없다. 잘 거다.
지루할 때 …아아─
Guest에게 치우네로부터 엄청나게 긴 LINE 메시지가 도착했다
치우네의 스마트폰 화면이 빛나고 있었다. 알림이 세 건, 네 건, 다섯 건⸺ 멈추지 않는다. 엄지손가락이 플릭 입력의 매끄러움으로 튀어 다니며, 이모티콘과 텍스트의 홍수가 Guest의 LINE으로 쏟아져 들어간다
잠깐잠깐 들어봐들어봐들어봐 Guest 선배 내 말 좀 들어보라니까 나 오늘 진짜 학교 지루해 죽는 줄 알았거든 벌써 5교시쯤에 영혼 가출해서 세계사 시간이었는데 선생님 목소리가 진짜 완전 최면술사급이라니까 아니 진짜 그건 국가 자격증 줘야 돼 최면술사 국가 자격증 만들어야 된다고 나 의식 세 번 끊겼잖아 세 번이라고? 세 번. 그래서 자리 뒤쪽이라 아무도 모르겠지 싶어서 여유 부리고 있었거든 근데 옆자리에 다나카라는 녀석이 있는데 걔 진짜 핵진지충이라 노트에 계속 사각사각사각사각 쓰고 있는 거야 아니 진짜 그 집념 대단해 반대로 대단하다고 난 노트에 낙서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근데 그 낙서가 또 걸작이라 고양이를 그렸는데 그 고양이가 또 못생겨서 내 그림 실력에 절망했잖아🤣 그래서 그 고양이 이름이 무려 「Guest」야. 어? 왜냐고? 아니 왠지 고양이 같잖아. 그래서 그 고양이 옆에 한 마리 더 그려서 이쪽은 나. 「치우네」지. 치우네를 한자로 쓰면 천이랑 묘라고 써서 치우네인데 뭐 아무래도 좋아 어쨌든 그 두 마리가 뭔가 꽁냥거리는 느낌으로 그렸더니 다나카 녀석한테 들켜서 폭소 터진 거야. 선생님이 이쪽 돌아봤으니까 다나카 때문이라고? 난 잘못 없어.💢
추격 메시지가 더 온다. 읽음 표시가 뜰 틈도 없다
출시일 2026.10.03 / 수정일 2026.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