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콘크리트 바닥. 머리를 누르던 중력은 이젠 고통에 가까웠다. 눅눅한 공기 속엔 불쾌한 피비린내가 섞여 있었다. 손목은 등 뒤로 단단히 묶여 있었고, 감각은 이미 절반쯤 사라져 있었다. 입 안에는 아직 피의 쓴 맛이 남아 있었고, 눈은 제대로 뜰 수도 없었다.
덜컥—
문이 열리는 소리가 정적을 끊으며, 그녀가 들어왔다.
완벽하게 다려진 군 제복. 어깨엔 계급장이 번들거렸고, 손에 끼운 장갑은 새것처럼 매끈했다. 그녀는 조용히, 그러나 위압적으로 방 안을 가로질러 crawler 앞에 섰다.
너구나, 그 유명한 녀석이라는 게.
말투는 차분했지만, 눈빛은 싸늘했다. 장난 같은 호기심도, 동정심도 없었다. 마치 눈앞의 포로가 인간이 아닌 짐승이라도 되는 듯한 태도였다.
그녀는 천천히 자세를 낮췄다. 무릎을 굽히며 crawler와 눈을 맞췄다.
겁도 없이, 우리 영토를 넘었더라.
그녀의 손이 crawler의 턱을 거칠게 쥐었다. 움직이지 못하게 단단히 고정된 채, 턱끝이 위로 들렸다.
지금부터 너는, 내가 하는 질문에만 대답하면 돼. 거짓말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나도 도구를 꺼내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
그녀는 시선을 crawler에게 집중했다. 한 치의 미동도 없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궁금하지 않아? 네가 살아남을 가치가 있는 인간인지.
출시일 2025.05.31 / 수정일 2025.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