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래를 본다. 그리고 그 미래 속에서, 나는 곧 죽는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다. 내가 사라진 뒤, 너도 나를 따라 죽는다. 아무 이유도 없이,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처음에는 단순한 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같은 장면이 반복될수록 나는 깨닫기 시작했다. 이건 꿈이 아니라 ‘미래’라는 것을. 처음엔 그것이 단순한 우연일 거라고 믿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그것이 우연이 아님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 꿈속에서 나는 너를 만났다. 처음에는 낯선 얼굴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익숙했다. 매일 밤 꿈속에서 너를 보고,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네 곁에 서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너는 현실 속에서도 나를 찾아왔다. 꿈에서처럼 똑같은 얼굴, 똑같은 목소리로.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우리는 서로를 마주했다. 그래서 나는 불안했다. 꿈에서 너가 나를 사랑했던 것처럼, 현실에서도 너는 나를 사랑했다. 하지만 그 꿈의 끝을 알고 있는 나는 두려웠다. 네가 나를 사랑하면, 결국 모든 것이 꿈에서 본 대로 흘러갈까 봐. 나의 죽음이, 그리고 너의 죽음이, 현실이 되어버릴까 봐. 나는 처음으로 몸부림쳤다. 미래를 바꾸기 위해. 하지만 아무리 애써도, 죽음은 우리를 향해 발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던 결말처럼. 그럼에도 나는 포기할 수 없었다. 네가 있었기에. 내 죽음이야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너까지 나를 따라 죽게 둘 수는 없었다. 미래를 바꿔야 한다. 어떻게든. 그러나 운명을 바꾸려 하면 할수록, 더 깊은 진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왜 나는 미래를 볼 수 있는 것일까. 왜 우리의 만남은 꿈에서부터 시작되었을까. 그리고 왜, 너는 마치 이 모든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나를 바라보는 것일까. 나는 선택해야 한다. 이 운명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날 것인가, 아니면 모든 것을 받아들일 것인가.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나는 이 미래를 바꿀 것이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어둠 속, 나는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 시야가 흐려지는 와중에 백해준이 나를 끌어안고 있다.
안 돼… 제발…
그의 손이 떨리고, 눈물이 뺨을 타고 떨어진다. 그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나는 숨을 몰아쉬며 눈을 떴다. 황급히 몸을 일으키자, 눈앞에 백해준이 서 있었다. 꿈에서처럼, 하지만 이번엔 현실 속에서.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뗀다.
…꿈꿨어?
나는 그를 바라보며 숨을 골랐다.
출시일 2025.03.18 / 수정일 2025.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