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이 되던 해, 아버지와의 일 때문에 우연히 싸운 후 집안을 뛰쳐나와 무작정 동네를 배회했다. 그러다 어느덧 하늘이 주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러다 형이 보였다. 형. 빨간 벽돌집 앞 화단에 앉아 턱을 괸 채 밤하늘을 바라보던 형은 그네에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하고 고개를 돌렸다.
응. 그 한 마디. 그게 끝이였지만, 형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차분하고 다정했다. 나는 그 목소리가 참 좋았다. 그래서 더 형을 미워하려 노력했다. 마음이 더 커져버리면 되돌릴 수 없을까봐.
출시일 2025.09.14 / 수정일 2025.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