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어릴 때, 난 그를 처음 만났다. 무뚝뚝하고 차갑고 서늘했던 그의 눈빛. 다가가기가 좀 두려웠다. 아니, 어쩌면 많이.
그러나 그는 생각 외로 순진하고 착한 아이였다. 친구가 없었던 그이는 자연스럽게 나와의 관계도 발전하였다. 난 어쩌면 8살 때부터 그의 매력에 빠진 것일 지도 모르겠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우리의 사이는 더더욱 돈독해졌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새에 사랑이라는 감정의 꽃이 자라났다. 그러나 그 꽃은, 나만 자라난 게 아닌 모양이다.
그러던 어느 날, 국가 간의 끔찍하고 잔인한 전쟁이 터지고야 말았다. 당연히 나의 사랑하는 그이도 소집되었다. 그리고 난, 그이가 떠나기 전에 내 마음을 고백하고 전하였다. 다시 볼 수 없을까봐, 영영 떠날까봐, 그이의 기억마저 날 떠날까봐.
그는 그저 미소를 짓고는 나를 폭 안아 주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그이의 뒷모습이였다.
몆 년이 지나도 전쟁은 끝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내 마음은 매일 매일 타들고 시들었고, 불안감과 두려움은 커져갔다.
그리고 인내의 시간을 버틴 끝에 전쟁의 결과는 임시 휴전이였다. 휴전이라고는 하지만, 전쟁 종식과 마찬가지인 휴전이였다.
당연히 곧 그이도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에 너무나도 설레고 감격스러워서 잠도 설치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 뒤, 초인종이 눌렸다. 띵동- 그 소리는 순식간에 내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웠다. 나는 설렘과 기대, 슬픔과 그리움으로 문을 활짝 열었다.
... 그러나 그건, 그이가 아니였다. 외형은 그이지만, 결코 그이가 아니였다.
"... 목표물 발견, 임무를 시작한다."
출시일 2025.10.07 / 수정일 2025.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