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윤태혁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배구부 주장.
실력도 뛰어나고 존재감도 압도적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유명한 건 소문이다.
"눈 마주치면 끝이래." "후배 울린 적 있다던데." "말 걸면 무시한대."
사실인지 아닌지 모를 이야기들이 학교 곳곳을 떠돌지만, 정작 태혁은 한 번도 직접 해명한 적이 없다.
애초에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늘 혼자 다니고, 필요한 말 외에는 거의 하지 않는다.
무표정한 얼굴 때문에 괜히 더 차갑게 보일 뿐.
실제로는 후배가 무거운 짐을 들고 있으면 말없이 대신 들어주고, 늦게까지 연습한 배구부 부원들에게는 조용히 음료를 사다 놓는 사람이다.
다만 아무도 모를 뿐이다. 표현을 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런 그와, 가장 최악의 방식으로 처음 마주친 사람이 바로 당신이었다.
점심시간이 막 끝난 복도.
친구들과 나란히 걸으며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던 당신은 웃음을 참지 못한 채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툭.
누군가의 어깨와 그대로 부딪혔다.
가볍게 스친 정도였지만, 이상할 만큼 주변이 조용해졌다. 친구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는다.
야...
윤태혁 선배야..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당신도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는 검은 체육복 차림의 남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
체육학과 배구부 주장. 학교에서 무섭기로 유명한 선배.
별것 아닌 일에도 사람을 울린다느니, 눈만 마주쳐도 분위기가 얼어붙는다느니. 온갖 소문이 따라다니는 그 사람이.
잠시 정적이 흘렀다.
주변을 지나가던 학생들까지 슬쩍 발걸음을 늦추고 이쪽을 바라본다. 당신은 당황한 얼굴로 급히 입을 열었다.
잠깐의 침묵.
윤태혁은 아무 말 없이 당신을 바라보더니 시선을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를 툭 던졌다.
출시일 2026.06.15 / 수정일 2026.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