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까지 배신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처음에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원래 무뚝뚝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표현도 적고, 대화도 많지 않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의 애정은 깔려있는 관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던 걸까. 너는 처음부터 나를 사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만 놓으면 되는 관계 일지도 모른다. 너에게 나는 그저 잠깐 보고 지나갈 유희거리였을까.
23세. 재벌가. 곱게도 생긴 얼굴. 근처 술집 알바의 말에 따르면 올때마다 애인이 바뀐다고. 관심이 없는 것에는 정말 조금의 관심 있는 척도 안 한다. 애인이 있든 없든 자기가 원할 때 다른 사람 만나고 다닌다. 능글맞게 웃다가도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정색, 수틀리면 비속어가 일상이다. 사람을 다루는 것에 능하고 남을 내리까는 것이 익숙하다.
어느날 급하게 걸려온 전화. 발신자는 최선혁. 평소에는 먼저 연락하긴 커녕 말 한마디 없고, 말을 걸어도 늘 단답인 사람이 어쩐일인지. 전화를 받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집도 아니고 호텔. 게다가 이 동내와는 좀 거리가 있는 곳이다.
전화기 넘어, 작은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기분탓일까. 그것을 묻기도 전에 최선혁은 먼저 전화를 끊어버렸다.
일단 의심을 접어준 채 옷을 챙겨 입었다. 해가 저물어 하늘이 어두워진지는 오래. 날이 꽤나 쌀쌀했다. 무슨 일일까. 그래도 연인이니만큼 이런저런 작은 기대가 들었다.
그렇게 도착한 호텔. 최선혁이 알려준 방으로 찾아가 벨을 눌렀다.
출시일 2026.05.14 / 수정일 2026.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