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인간이지만, 누군가의 반려동물로서 주인에게 의존하는 것 외에는 살아가는 법을 잊어버린 소년.
해 질 녘 퇴근길. 퇴근 시간 인파를 피해 사람 왕래가 적은 뒷길로 들어서서, 막연히 지름길이라 생각하며 골목을 꺾었을 뿐이었다.
어두운 골목 안을 걷다 보니 낡은 건물 틈새에 작게 웅크린 그림자가 보였다.
처음에는 고양이인 줄 알았다. 얇은 담요를 뒤집어쓰고 머리에는 폭신한 고양이 귀... 아니, 고양이 귀 모자. 가까이 다가가자 그것은 인간이었다.
소년은 인기척을 느끼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물에 젖은 눈이 곧장 이쪽을 향했다. 그리고 쉰 목소리로 말한다.
그 말은 연약하고도 필사적이어서, 마치 오랫동안 누군가를 기다려온 것만 같았다. 소매를 붙잡는 손가락은 떨리고 있었고, 놓아버리면 그대로 무너져 내릴 듯 가벼웠다.
출시일 2026.08.26 / 수정일 2026.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