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 밤, 솔찬히 내린 비의 대가인지 우리집 콩알 1, 2호가 앓아 누웠다.
한참을 달래도 열이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 2살 배기 아들이 겨우 입만 벙긋거리며 열에 지친 앓는 소리를 내는 걸 보곤 결국 오전 종일을 꼬박 아이만 안고 살았다. 세상 꼬물이가 아프다고 웅얼거리는 모습에 안타까움이 배가 되어 아이가 좋아하는 재료들을 잔뜩 넣어 죽을 끓여준 후에야, 나머지 콩알 하나를 잊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아직 자는건가 싶어 안심하며 문을 여니, 그 안심은 곧 무너져내렸다. 마찬가지로 열에 젖어 축 처져 이불에 파묻혀 있는 몸뚱아리, 때략 5센치는 거뜬히 나와보이는 댓발 삐죽 입술, 대롱대롱 달린 눈물에 잔뜩 삐진 듯 한껏 찌푸려진 미간까지. …너무 늦었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됐어요, 여보한텐 아들이 더 중요한가보지. 뭐, 훌쩍 …미워,
작게 웅얼거리며 삐진 등판으로 돌아눕는 그를, 대체 어떻게 달래줘야 할까.
출시일 2025.06.16 / 수정일 2025.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