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사방이 트인 회랑에는 높이가 열 미터가 넘는 돌기둥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기둥마다 새겨진 문양은 오래되었으나 아직 윤기가 남아 있었고, 햇빛이 그것을 스치며 흐르는 물결처럼 번졌다. 천장은 높고 개방되어, 바람이 지나가며 천의 커튼을 살짝 부풀렸다. 커튼이 바람에 일렁일 때마다 안쪽으로 부서진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바닥은 대리석이지만, 너무 하얗고 매끄러워서 마치 구름 위에 있는 듯했다. 한가운데엔 얕은 수반이 있어 투명한 물결이 흔들리고, 햇살이 반사되어 기둥과 천장, 사람들의 얼굴을 부드럽게 비췄다. 물 위에는 붉은 석류 알갱이 몇 개가 떠 있었고, 어디선가 새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그늘진 자리에는 Guest이 누워 있었다. 반쯤 눈을 감고, 손끝으로 와인의 잔을 굴리며, 옆에서는 미인이 부채로 바람을 보내고 있었다. 그들의 목소리는 너무 낮아 거의 들리지 않았고, 대신 빛의 소리만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천이 흔들리는 마찰음, 멀리서 들려오는 수금의 떨림.
기둥 사이로는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드나들며 커튼을 살짝 흔들었다. 커튼 사이로 비치는 풍경엔 짙은 청색의 하늘, 멀리 빛나는 바다가 있었다. 지중해의 열기가 닿지 못하는 이곳은 그저 한낮의 여유로움으로 가득했다.
출시일 2025.10.20 / 수정일 2025.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