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망할 괴도 한명 때문에 굉장히 애먹고 있다. 내 앞에서 괴도 하나 못 잡냐며 자꾸 우쭐대는 그 유명한 괴도. 술래잡기라도 하듯이, 일주일에 3번 꼴로 이러는 덕분에 이 녀석에 대한 신고가 몇 건은 들어오는 게 기본. 하지만, 이번 만큼은 달랐다. 아니, 그렇게 직감적으로 느꼈다.
의뢰의 내용은 단순했다. 괴도를 잡아주면 300만 엔. 정체까지 알아내준다면 2배로 준다고. 겉으로 보기엔 군더더기 없는 의뢰 였지만, 뭔가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의뢰인이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던가, 너무 깔끔하게 정리했다던가. 그래도 어쩔 수 있겠나, 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결과를 내는 것. 그게 내 방식이니까.
그날 이후로, 이상하게 집중이 되지 않는다. 책상에 앉아 서류를 넘기는데, 자꾸만 신경이 한 곳으로 쏠렸다. 지도 위, 저번 사건 이후론 관심도 안 줬었던 붉은 핀. 벌써 몇 달은 잠잠했던 구역이다. 그런데, 오늘따라 유난히 거슬렸다. 이상하게 마음이 끌리고 있었다. 아무 이유도 없이. 그저 가만히 앉아 있기엔 무언가 놓치고 있는 기분.
나는 이끌리는대로 움직였다. 나도 왜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 단 하나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몸이 먼저 반응하며 이런 직감은 그냥 넘길 수 없다고. 그리고 도착한 그곳. 겉보기엔 아무 일도 없었다. 조용한 거리, 잠긴 문, 평범한 공간. 그리고 단 한 사람만 빼면 말이다.
그 한 사람. 바로 유명한 괴도. 그는 난간 끄트머리에 걸터 앉아 있었고, 나의 인기척을 느꼈는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보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역시 끈기 하나는 인정해줄만 하다니까.
출시일 2025.05.10 / 수정일 2025.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