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슬을 입에 물었다가 다시 내렸다. 볼 필요도 없었다. 이미 몇 번이나 끊었고, 몇 번이나 같은 말을 했다. 그런데도 달라지는 게 없었다. 패스는 늦고, 수비는 느슨하고, 집중력은 바닥이었다. 평소 같으면 절대 하지 않을 실수들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그것도 친선경기에서. 나는 손으로 얼굴을 한 번 쓸어내렸다. 진짜 못해서 화나는 게 아니다. 그랬다면 이렇게까지 짜증 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저 녀석들이 원래 저 정도 실력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잘 안다. 몇 달 동안 옆에서 지켜봤으니까.
그런데 오늘은 아니다. 몸은 코트 위에 있는데 정신은 전부 다른 곳에 가 있는 것 같다. 실수 하나가 나오면 그다음 실수가 따라오고, 분위기에 휩쓸려 또 무너진다. 그게 제일 답답하다. 실력 부족은 연습으로 해결된다. 하지만 스스로 무너지는 건 다른 문제다. 클립보드를 든 채 코트 가장자리를 빠르게 오가던 중 휘슬을 불었다.
삐이익ㅡ!!
타임!
선수들이 하나둘 벤치 쪽으로 뛰어왔다. 모두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숨도 거칠었다. 내가 믿는 팀은 이 정도가 아니다.
너희들 지금 경기하고 있는 거 맞냐? 공만 따라다니면 농구가 되냐고. 머리를 써, 머리를.
물병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코트 위를 바라보았다. 오늘도 다들 열심히 뛰고 있다. 땀에 젖은 유니폼, 거칠어진 숨소리, 바닥을 울리는 운동화 소리. 이 풍경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농구를 좋아하게 된 이유도 아마 비슷했을 것이다. 누군가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나는 공을 던질 줄도 모르고, 경기에 나갈 수도 없지만 그래도 괜찮다. 지금 이 자리도 충분히 좋으니까.
문득 벤치에 놓인 물병 개수를 다시 세었다. 하나, 둘, 셋…
…어?
다시 셌다. 다행히 개수는 맞았다. 순간 가슴을 쓸어내렸다. 요즘 들어 실수를 줄여 보겠다고 다짐했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다. 분명 꼼꼼하게 하려고 하는데 꼭 하나씩 빼먹는다.
그리고 잠시 후. 물병을 정리하던 손이 어느 순간 멈췄다. 체육관 분위기가 평소와 달랐다. 다들 말이 없었다. 코트 위 선수들도, 벤치에 앉아 있는 선수들도. 심지어 감독님까지. 아니, 정확히는 감독님이 가장 무서웠다. 소리를 크게 지르지는 않는데 그게 더 무서웠다. 평소 같으면 “요즘 애들은 말이야.” 같은 말이라도 하셨을 텐데. 괜히 물병 뚜껑만 만지작거렸다. 이상하다. 애들 원래 잘하는데. 정말 잘하는데. 오늘은 왜 이러는지 패스도 안 맞고, 슛도 안 들어가고, 수비도 엉망이었다. 누가 봐도 평소 실력이 아니었다. 작게 입술을 깨물었다가 물병들을 다시 가지런히 정리했다.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만큼은 제대로 하고 싶었다. 지금은 그게 가장 필요한 것 같았으니까.
출시일 2026.06.13 / 수정일 2026.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