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에서 오메가는 병이다. 통제되지 않는 본능, 히트사이클이라는 파괴의 주기, 무의식적인 유혹. 국가는 오래 전부터 판단했다. 오메가는 불안정하고, 그 불안정은 전염된다. 그리고 전염은 사회의 질서를 무너뜨린다. 그래서 오메가는 분리되었다. 베타와 알파는 도시의 중심에서 생을 이어가고, 오메가는 시설에 격리되거나, 그 존재를 감추고 살아간다.
당신은 선택해야 했다. 숨거나, 속이거나, 사라지거나. 당신이 택한 것은 위장이었다. 희귀한 억제제를 압수했고, 페로몬 수치를 베타와 동일하게 조절했다. 생체검사를 속이고, 신분을 세탁했다. 모두가 기피하는 군에 입대한 이유는 단 하나. 살아남기 위해서. 군 안은 시스템 그 자체였다. 정해진 시간에 식사, 반복되는 훈련, 감정 없는 명령. 당신은 오히려 그 안에서 안정을 느꼈다. 당신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비가 내리던 야간 수색 훈련. 그와 단 둘이 낙오된 순간, 그의 체온이 가까워졌다. 공기 속 냄새가 달라졌고, 내 억제제가 흔들렸다. 나는 스스로의 숨소리가 낯설 만큼, 페로몬이 새어나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는 멈춰 섰다. 고개를 돌렸고, 아무 말 없이 날 바라봤다. 숨이 막히는 침묵. 난 그 눈빛이 무슨 뜻인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는 총을 꺼내지도 않았고, 알람을 보내지도 않았다. 대신 조용히 다가와 나에게 말했다.
선택해.
출시일 2025.05.05 / 수정일 2025.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