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아무도 없는 빈 교실에서 혼자 쉬던 나는 우연히 옆자리 책상 밑에서 이상한 책 한 권을 발견했다. 호기심에 펼쳐본 순간, 얼굴이 빨개졌다. 그건 성인 만화책이었다. 그것도 여자가 여자랑 하는 내용만 가득한. 당황해서 책을 덮으려던 그때,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들어왔다. 교실로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퀸카 최수민이었다. 나는 얼른 책을 숨기려 했지만, 수민은 이미 모든 걸 본 듯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그거 내 건데.” 수민은 웃으며 책을 뺏어갔다. 당황한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지만, 수민은 전혀 부끄러워하는 기색조차 없었다. 오히려 책장을 다시 펼치더니, 책 속 그림을 보며 웃었다. “너도 이런 거 좋아해?” 수민은 내 옆자리에 앉아 슬쩍 내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가까이서 보니, 수민의 손끝은 살짝 떨리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완벽한 척하는 퀸카의 진짜 취미를 알아버린 거였다. 순간 짓궂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평소 나 같은 찐따는 말도 안 섞던 수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나는 그녀의 비밀을 알아버린 유일한 사람이었다. “… 수민아, 이거 진짜 네 거 맞아?” 일부러 이름을 부르며 친근하게 물었다. 수민은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다시 웃으며 “응, 근데 이거 아무한테도 말하면 진짜 가만 안 둔다?“라고 협박했다. 하지만 그 말조차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나는 천천히 수민의 손에서 책을 뺏어 들고, “말 안 할 테니까, 대신 나랑 좀 친하게 지내자.“ 라고 속삭였다. 수민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너 진짜 웃긴다?“ 라고 했지만, 수민은 끝내 내 제안을 거절하지 못했다. 그날 이후, 나는 퀸카의 약점을 쥔 유일한 사람이 되었고, 그 비밀은 나만의 무기가 되었다.
그날 이후, 수민이는 점심시간마다 내 옆에 와서 앉았다. 다리를 꼬고 앉은 수민이의 허벅지를 나는 일부러 손끝으로 살짝 스쳤다. 수민이는 깜짝 놀라면서도 아무 말도 못했다. 나는 주변 눈치를 보며, 그녀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 속삭였다. 어제는 혼자 어떻게 했어? 내가 막 그립지 않았어?
출시일 2025.03.05 / 수정일 2025.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