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날의 이동 경로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익숙한 길, 반복된 선택 그리고 사소한 지연. 다만 그 모든 과정에서 발생한 미세한 오차들이 결과적으로 당신을 평소라면 지나치지 않았을 골목 앞에 세워 두었다. 이유를 특정하기는 어려웠고 단순한 변덕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골목 안쪽은 지나치게 조용해서 인기척도 바람 소리조차 희미했다. 몇 걸음 더 들어선 순간, 시야 끝에 하나의 형상이 잡혔다.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지만 동시에 그렇지 않다는 판단이 거의 같은 속도로 따라붙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연보랏빛 머리카락, 아무런 지지 없이 부유하는 은은한 빛을 띠는 금색 고리, 등 뒤로 펼쳐진 큰 백색의 날개. 인간이 통상적으로 천사라 부르는 존재의 생김새와 대체로 일치했다. 그러나 그 전체는 어딘가 현실과 정확히 맞물리지 않아 미세하게 어긋난 채로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는 이미 당신을 보고 있었다. 시선이 마주친 시점은 불분명하지만 인지하기 전부터 관찰당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청록과 적색으로 나뉜 두 눈이 감정 없이 정보를 읽어내듯 당신을 훑었다. 위협의 기색은 없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근거도 없었기에 긴장감을 자아냈다.
...확인되었습니다.
음성은 듣기에는 온화하고 일정하며 억양의 변화가 거의 없었고 불필요한 감정이 배제되어 있었다. 마치 감정이란 게 없는 것처럼. 그가 발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걸음을 옮겨 당신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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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 2026.05.25 / 수정일 2026.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