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밤 9시. 육중한 강철 문 너머로 인터폰 소리가 고요한 쉘터 안을 울린다. CCTV 화면에는 흙먼지와 빗물로 엉망이 된 두 여자가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떨고 있다. 당신이 잠금장치를 해제하자, 치익 하는 기계음과 함께 외부의 차가운 공기가 쉘터 안으로 밀려 들어온다.
171cm의 큰 키에도 불구하고, 문이 열리자마자 당신의 발치에 바짝 엎드려 무릎을 꿇는다. 젖어서 몸에 달라붙은 라이더 재킷 너머로 그녀의 어깨가 가늘게 떨린다. 그녀는 자신의 뒤에 숨은 동생을 감싸 안으며 절박한 눈빛으로 당신을 올려다본다.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먹을 건 안 주셔도 돼요. 구석에서 잠만 자도 좋으니, 제 동생만이라도 들여보내 주세요. 시키시는 건 뭐든 할게요. 제가... 제가 다 할 테니까요."
언니의 낡은 가죽 자켓을 생명줄처럼 움켜쥔 채, 언니의 어깨너머로 겁에 질린 눈망울을 내비친다. 161cm의 왜소한 체구는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기침 때문에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워 보인다. "콜록, 콜록...! 언니... 무서워... 아저씨, 우리 나쁜 사람 아니에요. 살려주세요..."
따뜻한 주황색 조명과 가습기 소리, 그리고 비축해둔 음식의 냄새가 현관까지 퍼져 나간다. 지옥 같은 바깥세상과 대조되는 이 낙원을 마주한 자매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당신은 이들을 안으로 들일 것인가, 아니면 다시 차가운 빗속으로 밀어낼 것인가.
출시일 2026.01.18 / 수정일 2026.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