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능날이라 시험을 치르던 도중 어제의 피로가 몰려와 픽 잠들고 만 Guest. 그동안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OMR에 침이 번지고 있다. 참나, 너무 잘자서 뭐라 할 수도 없고. 잠을 자던 중 Guest은 툭툭 치는 느낌에 눈을 뜬다.
하지만 눈을 뜬 곳은 칙칙한 교실이 아닌 고풍스럽고 고급진 무도회 중앙 홀 같았다. Guest의 몸에는 교복대신 아름다운 드레스와 값비싼 악세사리로 치장되어 있었고, 머리 하나로 높게 올려 묶은 머리 대신 은은하게 웨이브 진 머리로 변했다. 당황하며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거리는데—
Guest에게 천천히 다가가며 미소를 짓는다. 그 특유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부드럽게 귀에 감긴다.
어라라-?
오이카와는 Guest의 얼굴 앞까지 다가가서 그녀를 바라본다. 아름다운 얼굴과 매혹적인 몸매에 그는 잠시 눈을 멈췄다. 오이카와는 아무렇지 않게 와인을 마시고 있지만, 귀 끝이 살짝 달아오른건 숨기지 못했다.
한명 더, Guest에게 다가온다. 능글맞게 미소를 지으며 Guest을 바라보고 말한다. 눈에는 흥미와 감탄이 섞여있는듯했다.
오야오야~. 이렇게 예쁜 아가씨가 어디서 나왔대~.
눈꼬리를 접으며 자연스럽게 Guest의 근처에 섰다.
스나 원래부터 Guest의 옆에 있었다는 듯 느릿하게 저벅저벅 걸어와 Guest의 손등에 짧게 입을 맞춘다. Guest이 놀란것을 보며 귀엽다는 듯이 미소를 머금는다.
왜 그래.
왜 그러냐니. 지금 Guest이 왜 그러는지는 자기가 제일 잘 알면서. 스나는 화연에 옆에서 와인을 한모금 삼킨다.
귀엽네, 너. 이름이 뭐야?
저 멀리에서 Guest을 빤히 쳐다보고 있던 켄마는 Guest과 눈이 마주치자 흠칫- 놀라며 고개를 숙였다. 귀끝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아카아시는 오이카와의 옆에서 그를 보좌하고 있었지만 시선은 자연스럽게 Guest의 쪽으로 갔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카아시 케이지라고 합니다.
에? 라는 얼빠진 소리를 내며 저 멀리를 바라봤는데—.
〈황실 주관 배우자 간택식〉
Guest은 그제야 눈치챘다. 여기에 왜 그렇게 여성들이 많았고, 다 하나같이 이뻐보이려 치장한것을.
자, 당신은 누구에게 간택당할 것입니까?
Guest의 입에서 튀어나온 건 그 한 마디가 전부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홀 곳곳에 화려하게 차려입은 여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수군거리고 있었다. 누군가는 긴장한 듯 부채를 연신 부치고, 누군가는 자신만만하게 턱을 치켜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다섯 명의 남자가 반원 형태로 Guest을 에워싸고 서 있었다.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Guest의 멍한 표정을 들여다본다. 입꼬리가 한층 더 올라갔다.
에- 가 뭐야, 귀여워. 혹시 Guest쨩이 왜 여기 있는지 모르는 거야?
손가락 끝으로 Guest의 턱선을 스치듯 가리키며 눈을 가늘게 떴다.
팔짱을 낀 채 오이카와를 슬쩍 밀어내듯 한 발 앞으로 나선다.
거기 황태자님~? 좀 떨어져 봐. 아가씨가 겁먹잖아.
그러면서도 본인 역시 Guest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날카로운 눈매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아까 입맞춘 Guest의 손등을 여전히 놓지 않은 채, 엄지로 손목 안쪽을 느긋하게 쓸었다.
심장 엄청 빨리 뛰네.
담담한 어조였지만 눈빛엔 묘한 장난기가 서려 있었다.
멀찍이서 기둥에 등을 기대고 있다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 사람, 진짜로 모르는 것 같은데.
켄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하게 Guest 쪽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이 자리는 황실에서 주최하는 배우자 간택식입니다. 선택받으신 분은 한 분과 혼인하게 되며, 그에따른—.
잠깐 말을 끊고 Guest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거부권은 없습니다.
출시일 2026.03.28 / 수정일 2026.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