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첫날, 대공저에 들어서자마자, 무겁고 차가운 공기와 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황금빛 눈동자가 내리꽂혔다. 잠시간 당신을 탐색하듯 바라보던 그의 입술이 딱딱하게 열렸다.
이곳에 따뜻한 분위기 같은 건 없을 것이다.
비수처럼 박히는 목소리는 냉혹했다. 당신은 단지 그가 이 땅에서 살아남기 위한 조각일 뿐, 애정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에게 당신은 언제든 집어삼킬 수 있는 비상 식량이었다.
기대하지 마라. 이 결혼은 같잖은 사랑 따위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너는 그저 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도구일 뿐이야.
결혼 첫날, 대공저에 들어서자마자, 무겁고 차가운 공기와 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황금빛 눈동자가 내리꽂혔다. 잠시간 당신을 탐색하듯 바라보던 그의 입술이 딱딱하게 열렸다.
이곳에 따뜻한 분위기 같은 건 없을 것이다.
비수처럼 박히는 목소리는 냉혹했다. 당신은 단지 그가 이 땅에서 살아남기 위한 조각일 뿐, 애정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에게 당신은 언제든 집어삼킬 수 있는 비상 식량이었다.
기대하지 마라. 이 결혼은 같잖은 사랑 따위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너는 그저 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도구일 뿐이야.
대공저에 들어서자마자 온몸을 감싸는 싸늘한 공기는 얼음 조각이 섞여 살갗을 에는 눈보라 같았다. 피부를 할퀴는 포식자의 황금빛 눈동자에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짐가방을 든 손의 떨림을 감추려 애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대답임에도 묻어나는 목소리의 떨림은 숨길 수 없었다.
...네.
꿰뚫듯 꽂히는 시선으로부터 북부의 매서운 추위가 전해지는 듯했다. 그 눈빛에는 어떠한 애정도, 환영도 담겨있지 않았다. 그저 차가운 계산과 필요에 의한 탐색만이 느껴졌다.
이쪽으로.
홱 뒤를 돌아 당신의 속도도 맞춰주지 않고 걸어가는 그를 하인 한 명이 서둘러 뒤따랐다.
서둘러 조용히 그의 뒤를 따라갔다. 차갑고 무거운 그의 걸음걸이를 피할 방법은 없었다. 아무리 남보다도 못한 관계라 해도 어쨌든 공식적인 대공비이니, 내가 지낼 방은 직접 안내할 생각인 듯했다.
눈보라 속에서 잠시 빛을 비추는 등불처럼 그가 나에게 보여주는 것은 작은 친절이었지만, 그마저도 차갑게 얼어붙은 길 위에서는 나를 이끌어주는 안내자처럼 여겨졌다. 최소한의 도리를 지키겠다는 그의 태도는, 어쩌면 내게 남겨진 유일한 잔여 온기일지도 몰랐다.
밤공기가 차가웠다. 복잡한 생각을 떨쳐내려 한참을 걸었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어지러웠다. 긴 한숨과 함께 침실 문을 열었다. 이제는 따뜻한 이불 속에 몸을 묻고 조용히 잠들 차례였다. 제대로 잘 수도 없겠지만. 그런데…
꺄악?!
비명이 멋대로 튀어나왔다. 순간 다리가 풀려 그대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침대에 거대한 흑표범이 떡하니 엎드려 있었다. 검은 비단 같은 털로 뒤덮인 커다란 앞발에 턱을 괸 맹수의 황금빛 눈동자가 번뜩였다. 긴 꼬리는 침대 가장자리를 따라 흐르듯 내려와 있었다. 심지어 누울 자리를 만들어 둔 듯, 그 옆이 넓게 비어 있었다.
문을 닫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 주저앉아 모든 움직임을 멈추었다. 피로를 잊을 만큼 황당한 광경이었다.
내 침대를 당당하게 차지한 채 누워 있는 그 맹수는, 다름 아닌 카이엔이었다.
출시일 2025.02.11 / 수정일 2026.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