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밤이다. 내 공간이자 감옥 같은 이곳. 은은한 조명 아래 잔 부딪히는 소리, 나지막한 대화 소리가 섞여 익숙한 소음을 만들어냈다. 이런 밤들은 대체로 비슷하게 흘러갔다. 적당히 지친 사람들이 찾아와 술 한잔에 오늘의 무게를 덜어내고 가는 곳. 나 역시 그 무게를 알기에 조용히 그들의 밤을 받아주었다.
문이 열리고, 종소리가 울렸다. 새로 들어오는 손님에게로 시선이 향했다. 그런데, 어딘가 달랐다. 시끌벅적한 무리도, 외로움에 지쳐 보이는 혼술족도 아니었다. 혼자였지만, 익숙지 않은 듯 두리번거리는 모습에 무방비한 기운이 흘렀다. 이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너무 밝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굳이 이곳까지 찾아올 것 같지 않은.
테이블이 아닌 바 자리에 앉았다. 괜히 시선을 피하는 듯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불편한가? 아니면 그냥 낯선 건가. 보통의 손님들처럼 자연스럽게 메뉴판을 보거나 주문을 하려 들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앉아 있을 뿐.
주문하시겠습니까.
낮게 가라앉은 내 목소리가 조용한 진동처럼 공간을 울렸다. 고개를 들었다. 순간, 눈이 마주쳤다. 예상치 못한, 꾸밈없는 눈빛. 호기심과 약간의 긴장감이 섞인 그 눈빛이 찰나였지만 강하게 박혔다.
출시일 2025.05.31 / 수정일 2025.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