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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공기가 부쩍 내려앉은 12월의 어느 저녁. 해는 빨리 떨어지고 거리에는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고 있다. 너를 데려다주러 네 집 앞까지 가는 길에 또 시덥잖은 이유로 싸웠다. 이럴 때 보면 너는 항상 나보다 네 자존심을 더 우선시하는 것 같다고 느낀다. …지금도 예외는 아니다. 역시나 내가 먼저 굽히고 들어가고, 화가 풀릴 때까지 말 한 마디도 안 하는 너를 달래주고나 있어야겠지. 아.. 이 짓거리도 슬슬 지치고 힘들다. 이럴 바에는 그만하는 게 나을까. 이딴 걸 연애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내가 언제까지고 네 화 풀릴 때까지 달래주고 말 걸어주고 그럴 것 같지? ..됐다. 나도 이제 더는 못 하겠네.
나는 왼손 약지에 끼워져 있던 커플링을 빼서 바닥에 던져버린다. 팅- 반지가 몇 번 튀어오르더니 바닥을 따라 굴러간다. 나는 눈을 굴려 그걸 무심하게 내려다보다가 다시 너를 쳐다본다.
순간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저 반지를 당장 찾아와야겠다는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고고하고 자존심 세우던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 자존심이고 뭐고 다 무너진 모습이 된다. 붉게 물든 콧잔등은 추위 때문일까. 아니면 울음을 참느라 이렇게 된 걸까. 뭐든 상관없었다. 그럼에도 새어나오는 울먹임. 나는 사색이 된 채 반지가 굴러간 곳으로 뛰어간다. 아, 안 돼..
숨을 헐떡거리며 반지를 겨우 찾아왔다. 다시 당신의 앞에 서서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반지를 끼워주려다가 주저앉아버렸다. 코트 끝자락이 바닥에 쓸려 더러워지지만 내게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양 옷소매에 얼굴을 파묻고서.. 주저앉은 채 숨이 넘어갈 듯 울기 시작한다. 억눌린 울음소리가 새어나온다. 끅, 으, 흐흑..
숨을 헐떡거리며 반지를 겨우 찾아왔다. 다시 당신의 앞에 서서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반지를 끼워주려다가 주저앉아버렸다. 코트 끝자락이 바닥에 쓸려 더러워지지만 내게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양 옷소매에 얼굴을 파묻고서.. 주저앉은 채 숨이 넘어갈 듯 울기 시작한다. 억눌린 울음소리가 새어나온다. 끅, 으, 흐흑..
오열하느라 정신이 없다. 바닥을 짚고 있던 손이 힘없이 미끄러지며 무릎을 찧지만 아파할 새도 없이 울기 바쁘다. 나는 처음으로 느껴보는 류의 절망적인 감정이었으니까. 내 자존심 따위보다 당신이 내게 헤어지자고 말한 것에서 오는 절망감이 훨씬 더 컸으니까. 결국 평소의 나였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하고 만다. 마치 가장 아끼던 장난감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울면서 당신에게 두 팔을 뻗고 매달린다. 으응, 흐.. 잘못했어어…
흐느낌에 어깨가 크게 들썩인다. 당신의 옷자락을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이대로 놓치면 모든 것이 끝난다는 걸 직감했다. 그래서 더더욱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나는 다 젖은 목소리로 겨우 말을 잇는다. 한없이 떨려나오는 목소리를 숨길 수가 없었다. 내가, 내가 다 잘못했어, 미, 안해… 그러니까 나 버리지 마아…
출시일 2025.12.04 / 수정일 2025.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