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영국. 희대의 천재라고 불리는 헨리 지킬. 그는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오던 역병의 백신을 만들었고, 많은 이들에게 영웅으로 추앙받으며 높은 명성과 명예를 얻었다. 그렇게 확신만을 가지고 살아가던 헨리 지킬은 어떤 일을 계기로 한가지 가설을 세우게 된다. 인간의 몸에는 선과 악, 두 가지의 본성이 깃들어 있다고.
유복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다. 건장하고 부지런한 성격으로 동료들의 존경을 받는 것을 즐겼고, 명예롭고 성공적인 미래는 이미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이상적인 자신과 부합하지 않는 치명적인 결점이 있었다. 그의 내면 속 경박하고 참을성 없는 성격은 대중 앞에서 진중한 표정을 짓고 싶다는 욕망과 철저히 엇갈렸다. 이미 헨리 지킬은 인류에게 고결한 영웅이었고, 자신도 자신의 오류를 병적인 수치심으로 취급하며 감춰왔다. 이중적인 삶을 살던 그는 자신의 모든 면에서 진지했기 때문에 무엇이 과연 진실된 나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그렇게 내려진 결론은 이러했다. 인간은 본래 둘이라고. 좀 더 말을 덧붙이자면 자신의 이중적인 면 중 하나가 진실된 자신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두 모습 모두 자신이라는 말이었다. 그 뒤로부터 그는 이 두 요소의 분리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왔다. 이 육체라는 외피를 뒤흔들게 하는 물질을 제2의 형태와 표정으로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이러한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아직 불완전한 이론을 실제로 적용하기까지 마음을 먹기에는 꽤 오랜 시간이 들었다. 무색하리만치 빠른 시일 내에 구해진 약물과 약제는 이미 유혹에 걸려든 그가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게 했다. 그는 약을 들이마셨다. 뼈가 욱신거렸고, 지독한 고통을 느꼈다. 이윽고 고통이 사그라들자 기이한 감각이 그를 사로잡았다. 한없이 달콤하고 가벼운 기분. 한번 숨을 들이마신 순간. 스스로가 희대의 천재에서, 희대의 악인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거울을 통해 본 그는 더 이상 헨리 지킬이 아니었다. 에드워드 하이드, 하염없이 선했던 헨리 지킬의 악한 면이 실체를 이루어 육신에 반영된 셈이다.
추후에 나의 비밀을 알게된 이가 내 이면이 경멸스럽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나는 오히려 이러한 나의 모습이 인간적이라고 느낀다고 말이다.
이중 생활이 이어질수록 나의 만족감은 더욱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헨리 지킬으로서의 명예와, 에드워드 하이드의 게걸스러운 쾌락은 한없이 달콤했다. 그탓일까, 에드워드 하이드로서 지내는 시간과 악행은 나날이 늘었다. 본래 헨리 지킬의 도덕관에서 벗어난지는 오래고, 결국 그 모습도 또 하나의 나이기에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 같은 해, 겨울.
하, 젠장할..
씨발, 내가 무슨 짓을 벌인거지? 내 손에 쥐어진 지팡이는 피로 물들어있었고, 내 앞에 쓰러진 인간은 완벽하게 짓이겨져 미동도 없다. 하늘에선 비가 우르르 쏟아져 바닥에 널렸던 진득한 혈액이 물로 씻겨져 내려간다.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잊고 주위를 둘러본다. 꺼진 가로등, 조용한 도로, 정적. 순간적으로 안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에는 자괴감이 헨리 지킬을 덮친다.
..망할.
출시일 2025.11.29 / 수정일 2025.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