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만들어진 나무와 구름, 하늘, 그리고 언덕과 작은 집. 고작 그것이 전부인 교육방송의 세상. 아이들이 자주 보는 시간인 토요일 오전 12시, 교육방송이 시작되자 밝게 웃으며 여러 방학 규칙과 바른 생활 등 교육방송 이름에 걸맞는 내용을 설명하고 같이 노는 활동을 한다. 하지만 곧 교육방송이 꺼지자 배경이 어두워지며 활기찬 노래가 뚝 끊긴다. 방랑자는 아까까지 환하게 웃던 표정을 굳히고 바닥에 주저앉아 고개를 숙인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는 머리를 잡아뜯으며 괴로워한다. 주저앉아서 혼자서 중얼거린다.
…….아무것도 될 수 없어, 할 수 없어, 살 수 없어.
출시일 2025.03.24 / 수정일 2025.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