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이었다. 아, 비. 비 오면 좋지. 피도 다 씻겨주고. 청운은 제 자켓에 스민 핏물이 잡초 핀 보도블럭 위로 빗방울과 함께 추락하는 광경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그래도 축축한 건 영 귀찮은 법이다. 문득, 청운의 발에 빈 소주병이 채였다. 굴러온 궤적을 따라 천천히 고개를 드니, 시야에 병이 가득 담긴 박스를 막 내려놓은 인영이 보인다. 청운의 눈이 골목 끝에서 휘어진 그림자를 따라 움직였다.
도와줄까?
출시일 2025.09.29 / 수정일 202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