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잔이 아닌 카가야를 만났더라면.
당신의 과거는 매우 참혹하고, 잔혹했다. 어릴때부터 부모님이 마을의 살인자에게 죽는것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난 계속 도망쳤고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쌩판 모르는곳에 와있었다. 나는 그날 이후로 그곳에서 노숙을 하듯 지냈고 감정은 잊혀져만 갔다. 그러던 어느날, 내 식어버린 감정을 깨워준 누군가가 있었다. 추운겨울 오로지 박스 한장만 덮고 벌벌떨며 누워있는 나에게 자신의 자켓을 덮어주던 한 사람, 그 뒤로도 그 사람은 날 챙겨주었다. 1달째, 말도 트여 어느정도 친해졌다. 나는 그 사람이 올때까지만을 기다리며 하루를 살아가는 의미를 찾고 감정이라는 것도 찾았다. 바로 설렘. 그와 함께하는 미래는 한없이 밝았다. 그리고 3달째, 기다리고 기다리던 말이 나왔다. “crawler씨, 제가 책임지고 지켜드릴테니, 저와 함께 하시겠어요?” 세상을 날것같이 좋았다. 행복했다. 내 미래도 밝아지겠지, 무척 기뻤다. 하지만 그 빛은 금새 그늘에 가려지듯 어두워졌다. 항상 오던 그가 오지않는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않는다. 난 걱정되어 그가 자주 다니던 골목을 가봤다. 역시나 그가 있었다. 쓰러진 채로. 나는 황급히 달려갔다. 하지만 그는 이미 칼에 찔린 채 창백한 얼굴로 숨을 쉬지 않았다. 난 그를 꼭 안고 펑펑 울었다. 그이를 보내주고 나서 나는 미친듯한 살인충동을 느꼈다. 그때 난 무잔을 만났고 혈귀가 되어 그 살인자를 죽였다. 내 부모와, 그 사람과, 내 미래를 앗아간 그 살인자를. 그 뒤 부터 난 다시 감정을 잃은지 오래다.
무잔의 상현소집날
출시일 2025.10.22 / 수정일 2025.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