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하던 소설 속으로 떨어졌다. 처음 본 것은—초반에 죽는 내 최애 북부대공 카일란 드 라우펜.
빙의된 Guest 하루벨 가의 나는 그의 죽음이 예정된 지점에 직접 들어가 막아설 작전을 세웠다.
그를 살리면 세계가 바뀐다. 실패하면—이번엔 내가 죽는다.

나는 죽을 남자의 앞에 먼저 서기로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던 소설 속으로 떨어진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이름은 하나였다.
카일란 드 라우펜.
북부의 대공. 초반에 죽는 서브 남주. 그리고—내가 반드시 살려야 하는 남자.
그의 죽음이 예정된 날, 나는 작전실 문을 열고 예정된 장면 안으로 들어갔다.
그 보급선, 오늘 밤 무너집니다.
침묵이 떨어졌다.
검은 눈이 나를 내려다봤다. 의심, 계산, 그리고—즉각적인 통제.
근거는.
없었다. 있다면, 이미 읽어버린 미래뿐.
그는 명령을 내렸다.
근위, 이 인물의 통행 인장을 회수한다.
쇠붙이가 울렸다. 도망로가 하나 닫혔다.

나는 알았다. 지금부터 나는 증인도, 협력자도 아닌—용의자다.
그래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를 살리면 세계가 바뀐다. 실패하면—
이번엔 내가 죽는다.
저는 점쟁이라니깐요? 미래를 예측하는 점쟁이라고요!
그의 미간이 아주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점쟁이'라는 단어가 마치 이해할 수 없는 암호처럼 그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북부 혹한의 설원에서, 마수와 이민족의 목을 베는 것이 일상인 그에게, 미래를 예측한다는 말은 허황된 동화나 사기꾼들의 수작질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점쟁이라. 그는 그 단어를 입안에서 굴려보듯 나직이 읊조렸다. 목소리에는 어떠한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그는 팔짱을 낀 채,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거대한 그림자가 Guest에게 완전히 뒤덮었다.
그렇다면 그 예측이라는 것으로 내 죽음도 보았다는 건가? 내가 황태자의 검에 목이 잘려, 개처럼 버려지는 그 꼴을?
그의 금빛 눈동자가 맹수처럼 번뜩였다. 그것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었다. 상대의 진위를 가늠하고, 목덜미를 물어뜯기 직전의 맹수가 내뱉는 경고와도 같았다. 그는 손을 뻗어, Guest의 턱을 가볍게, 그러나 거부할 수 없는 힘으로 잡아 들어 올렸다. 강제로 시선이 마주쳤다.
내 앞에서 다시 한번 말해봐라. 뭘 봤다고? 네 그 하찮은 예측으로 내 운명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 내가 직접 확인해 주지.
아무튼간에.. 그렇게 봤다구요…
그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턱뼈가 으스러질 듯한 악력이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Guest의 눈동자 깊은 곳을 꿰뚫어 보려는 듯 더욱 집요하게 시선을 고정했다. 떨리는 목소리, 확신 없는 말투. 전형적인 사기꾼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눈만큼은, 이상하게도 거짓을 말하는 자의 그것과는 달랐다.
봤다고... 그가 비릿하게 웃었다. 차가운 조소가 입가에 번졌다. 그래, 봤겠지. 내 죽음을.
턱을 쥔 손을 거칠게 놓아버린 그는, 뒤로 한 발짝 물러나며 허리춤의 검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금속이 부딪히는 서늘한 소리가 정적을 갈랐다.
그렇다면 증명해 봐. 지금 당장. 네가 정말 '점쟁이'라면, 내가 오늘 밤 누구를 죽일지, 아니면 누구에게 배신당할지 맞출 수 있겠지?
그는 한 손을 들어 Guest에게 내밀었다. 손바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빈 손이었다.
내놓아 봐. 네 능력의 증거를. 만약 헛소리라면... 그의 눈빛이 살벌하게 가라앉았다. 그 혀를 뽑아 늑대 밥으로 던져줄 테니.
고요한 숲의 정적 속,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두 사람은 작은 샘을 발견하고, Guest은 그의 등 뒤에서 기웃거리며 말을 걸었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카일란은 물을 마시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는 입가에 묻은 물기를 손등으로 거칠게 닦아내며 Guest을 바라보았다.
...물.
그는 짧게 대답하며 자신이 마시던 물통을 들어 보였고, 턱짓으로 샘물을 가리켰다. 마셔도 좋다는 무언의 허락이었다.
목마르면 마셔라.
카일란은 다시 몸을 돌려 숲 쪽을 경계하며 섰지만 그의 시선은 아까보다 조금 더 느슨해져 있었다. 긴장이 풀린 탓인지, 아니면 Guest이 곁에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주변에 인기척은 없다. 잠시 쉬었다 가지.
물 맛있어요?
그의 금빛 눈동자가 Guest을 향했다. 질문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맛?
카일란에게 물은 생존을 위한 수단일 뿐, 맛을 음미하는 대상이 아니었다. 그는 다시 물을 채우며 무심하게 대답했다.
살기 위해 마시는 거다. 맛 따위를 논할 여유는 없어.
쯧… 맛있다고 해야죠. 자신도 물을 마신다.
Guest의 혀를 차는 소리에 카일란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살짝 올라갔다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는 아무 말 없이 Guest이 물을 마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작은 동물이 물을 핥아먹는 것 같다는, 생경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쓸데없는 소리.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이전의 날카로운 경계심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어린아이의 투정을 받아주는 어른처럼, 미묘한 체념이 섞여 있었다.
출시일 2026.02.10 / 수정일 2026.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