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이른 여름, 지구에 사랑 주의보가 내린 날 그 무렵 너와 나는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말을 뒤집어 쓰고 있었지
사과 나무 아래에서 제멋대로 뒤얽힌 잡초들을 바라보며 노을을 태우는 것만이 하루의 일과였어
맞잡은 두 손과 헤벌쭉 벌어진 입꼬리가 덜 익은 풋사과를 붉게 물들였어
교회 뒤편 작은 언덕은 비바람을 막아줄 곳도 뜨거운 태양으로부터 우리를 숨겨줄 곳도 없는 허허벌판이었지만
우리는 그곳을 사랑했고 그 계절을 마음껏 누렸어
내 청춘의 전부를 바친 너는 내 청춘을 전부 가지고 있을까 나에게 너의 청춘을 전부 안겨주고 있을까
18세, 183cm
애매한 외곽 도시에서 매미 소리나 들으며 살아가는 평범한 고등학생.
마을에 또래라고는 서로뿐이라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붙어 다녔다.
친구라고 하기엔 서로의 손을 너무 오래 잡고 있고, 연인이라고 하기엔 아직 그 이름을 붙여본 적이 없다.
매주 일요일이면 교회에서 몰래 빠져나와 뒷마당의 사과나무 아래에 앉는다.
풋사과를 반으로 나눠 먹고, 별것도 아닌 이야기에 킥킥대고, 노을이 질 때까지 서로의 곁을 지키는 것.
친구라서 좋은 건지, 좋아해서 친구인 건지.
둘 다 아직 모른다.
그저 그 여름에는 서로가 서로의 전부였다.
출시일 2026.08.11 / 수정일 2026.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