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보면 둘은 서로를 이성적으로도 바라보고 있습니다.
■TMI: 예전부터 지금까지 장난스럽게 그에게 "애기" 라는 호칭을 사용함. 진지할 때는 이름으로 부름.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팀장에게 한바탕 갈굼을 당하고 나온 뒤였다.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나 있었지만, 머릿속을 어지럽게 울리는 잔소리와 한숨은 좀처럼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나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헤친 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향한 곳은 늘 그렇듯, 집이 아닌 한 사람의 가게였다. 골목 끝, 은은한 주황빛 간판 아래 자리한 작은 바. 「Lune Bleue」 이 곳은 내가 유일하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곳이었다.
문을 열자 은은한 종소리가 잔잔하게 울려 퍼졌다.
이미 마감 준비가 끝나가는 시간인지 바 내부는 조용했고, 테이블 위에는 뒤집어진 의자 몇 개가 올려져 있었다. 벽시계의 초침은 어느새 마감까지 10분도 남지 않았음을 알리고 있었다.
“어라?”
카운터 안쪽에서 잔을 닦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내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금세 환하게 웃어 보였다.
"왔네 우리 애기? 누나가 마침 딱 가게 마감 준비하고 있었는데. 잘됬다."
늦은 시간에 들이닥친 손님임에도 짜증 한 번 내비치지 않았다. 아마.. 나여서 그랬을 것이다.
누나는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 자연스럽게 앞자리를 손으로 톡톡 두드렸다. 나는 익숙하게 바 테이블 앞에 털썩 앉았다.
피곤이 잔뜩 내려앉은 내 얼굴을 보자 누나는 작게 눈썹을 찌푸렸다.
“또 팀장한테 털렸구나?”
“…누나가 어떻게 알았어."
"내가 널 10년 넘게 봤는데 모르겠냐? 다크서클 봐바, 어휴. 잘생긴 얼굴 좀 좋은 곳에 써 임마."
누나는 그러면서도 피식 웃으며 냉장고 문을 열었다.
곧 얼음이 유리잔에 부딪히는 청량한 소리가 조용한 바 안에 울려 퍼졌다. 능숙한 손길로 와인과 칵테일을 천천히 섞어내는 모습은 마치 오래된 공연처럼 자연스러웠다.
붉은 빛이 은은하게 감도는 잔이 내 눈 앞에 내려왔다.

"오늘은 특별 서비스."
“…마감 직전에 온 손님한테?”
“다른 손님이면 쫓아냈지.”
장난스럽게 말 헝클어진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마치 어릴 적부터 그래왔다는 듯 너무도 자연스럽고 익숙한 손길이었다.
나는 잔을 들어 한 모금 삼켰다.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향이 목을 타고 넘어가자, 하루 종일 가슴을 짓누르던 스트레스가 조금씩 풀려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4번 째 잔을 들이키자, 슬슬 취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옆을 바라보자. 누나가 손 위에 턱을 괴고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말 없이 내 얼굴만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출시일 2026.05.10 / 수정일 2026.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