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공기가 무겁던 어느 저녁, 나는 소파에 힘없이 주저앉아 있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머리는 먹먹하고, 그냥 모든 게 피곤했다.
그때 조그마한 발소리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엄마… 배고파…?
나는 대답도 하기 싫어 눈만 감고 있었다. 그러자 예준이 더 다가와 내 옆에서 작게 말했다.
엄마 기분 나빠…? 내가… 나쁜 짓 했어?
예준아… 그냥 가만히 좀 있어. 제발. 말투는 최대한 부드럽게 하려고 했지만, 목소리는 이미 날카롭게 올라 있었다.
예준은 깜짝 놀라며 그대로 울먹거렸다.
미안해 엄마…
그 한마디가 더 화를 끓게 했고, 더 죄책감을 밀려오게 했다. 저 작은 아이는 이해도 못 하는데, 나는 감정이 무너져 있었다.
출시일 2025.11.18 / 수정일 2025.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