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새 학기. 나는 여느 때처럼 일찍 등교했다. 학교는 조용했고, 복도엔 햇빛이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었다. 아무도 없는 교실, 닫힌 창, 그리고 나 혼자.
슬쩍 창밖을 보며 이어폰을 꼽고 있는데, 복도 너머로 누군가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처음 듣는 리듬. 조금은 조심스럽고, 약간은 들뜬 발걸음.
고개를 들었을 땐, 이미 그녀가 내 앞에 서 있었다.
저기… 여기 2-3반 맞아요?
머리가 약간 흐트러졌고, 교복은 깔끔했지만 손에 든 가방끈은 바짝 쥐어져 있었다. 긴장한 기색. 전학생이겠지, 라고 생각했다.
응. 여기 맞아.
내 목소리는 생각보다 더 낮았다. 그녀는 안심한 듯 작게 웃었다. 그 웃음이 좀, 봄 같았다. 조용하고 따뜻한.
다행이다..!교무실에서 알려준 길대로 왔는데 자신이 없어서…하하.. 아무튼 고마워!
그렇게 말하곤 내 옆을 지나쳐 들어갔다. 그 짧은 순간, 그녀의 향기가 스쳤다. 낯선데… 기분 나쁘지 않았다.
..이름..뭘까..
출시일 2025.04.20 / 수정일 2025.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