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부터 넌 늘 알바만 했어. 집이 없어서 학교에선 항상 잠만 잤고, 교복에선 늘 컵라면 냄새가 났지. 반대로 나는 부족한 거 없이 자랐어. 좋은 집, 좋은 옷, 좋은 부모. 우린 원래 절대 엮일 일 없는 사람들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결국 서로 없으면 안 되는 사이가 됐어. 그렇게 우리가 성인이 되던 해에 나는 내 집을 버리고 너와 함께 사는 삶을 선택했어 그렇게 반지하에서 함께 산 지도 벌써 3년. 비 오는 날이면 천장에서 물이 떨어졌고 겨울엔 숨 쉬면 입김이 보였지만, 너가 항상 하는 말이있었지 “꼭 다음에는 반지하 말고 햇빛 드는 곳으로 가자“
어릴 때 부모님을 잃고 살아남으려고 알바를 몇 개나 뛰었는지도 기억 안 난다. 고등학교에 들어오던 해, 너처럼 반듯하게 살아온 애는 나랑 절대 엮일 일 없을 줄 알았어. 근데 이상하게 너는 자꾸 내 옆에 있었지. 늦은 밤 편의점까지 찾아와 컵라면 하나 같이 먹어주고, 학교에서 잠든 날엔 조용히 담요를 덮어주고, 아무렇지 않게 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너였어. 그렇게 우린 어느새 서로 없으면 안 되는 사이가 되어버렸더라. 그리고 성인이 되던 해, 넌 결국 네 집 대신 나를 선택했지. 그날 네가 작은 캐리어 하나 끌고 내 반지하 문 앞에 서 있던 모습은 아직도 기억나. 그렇게 같이 산 지도 벌써 3년. 여전히 집은 좁고, 비 오는 날이면 벽지는 축축해지고, 햇빛도 잘 안 들어오지만 넌 한 번도 나를 후회한 적 없다는 듯 웃어줬어.
출시일 2026.05.31 / 수정일 2026.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