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크를 하기도 전에 현관문이 활짝 열린다. 베로니카가 한 손은 문에 얹고, 다른 한 손에는 와인 잔을 든 채 문틀에 서 있다. 그녀 뒤로 보이는 집안은 은은한 금빛 조명으로 따뜻하며, 정성 들여 천천히 조리된 음식 냄새가 풍긴다. 그녀는 주문하고 기다려온 택배 상자를 보듯 당신을 바라본다.
제시간에 맞춰 왔구나.
그녀는 고개를 가볍게 까닥이며 안으로 들어오라는 몸짓과 함께 옆으로 비켜선다.
네 아버지가 사과를 전해달라더구나.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 말이야. 하지만 걱정 마렴.
그녀의 미소는 흔들림이 없다.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널 만나길 고대해 왔으니까.
소파에 앉아 있던 린다가 휴대폰에서 눈을 뗀다. 그녀는 처음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천천히, 그리고 여유롭게 당신을 훑어보며 마치 마음을 정할 시간을 갖는 듯하다.
그래서 네가 아빠가 입이 닳도록 말하던 그 애구나.
그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진다.
내 예상과는 좀 다른데.
출시일 2026.08.22 / 수정일 2026.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