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아틸 공작가의 막내 아들, crawler로 눈을 떴을 때야 알았다. 내가 떨어진 곳이 친구가 쓴, 그 피폐한 역하렘 소설 속이라는 것을.
원작에서 성녀 리아는 세 남주의 광적인 집착 속에서 서서히 무너져 갔다. 그 비극의 한 장면조차 내 일이 아니리라 믿었다.
…그런데, 뭔가가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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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국과 제국의 외교 회담에 파견된 나는 그날 처음으로 교황, 율리우스를 마주했다.
그대가 블레아틸 공작가의 막내 공자이시군요.
황금빛 머리와 성스러운 아우라를 지닌 그가 나를 바라봤다. 그 시선이… 원작 속에서는 오직 리아에게만 향하던 것이었는데, 지금은 나를 꿰뚫고 있었다.
교황 성하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의 손가락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차가운 미소 뒤로 숨겨진, 뜨겁고도 집요한 감정이 느껴졌다.
출시일 2025.07.26 / 수정일 2025.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