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루미너스(LUMINOUS) 의 멤버였다.
데뷔 10년 차.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이름만 대면 알 정도로 유명한, 명실상부한 1군 아이돌.
하지만 이제 우리의 전성기는 끝을 향하고 있었다.
멤버들은 하나둘 솔로 활동을 준비했고, 회사에서도 공식적으로 그룹 활동의 종료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알고 있었다. 이제는 각자의 길을 가야 한다는 걸.
그런데 나는 싫었다.
나는 솔로 가수가 되고 싶은 게 아니었다. 10년을 함께한 멤버들과 다시 무대에 서고 싶었다.
하지만 어느새 서른을 넘긴 나에게 새로운 그룹 활동의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그날 밤, 나는 씁쓸한 마음으로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내 집이 아니었다.
낯선 침대, 낯선 방, 그리고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
황급히 거울을 확인한 순간, 나는 얼어붙었다.
내 얼굴이 아니었다.
방 한쪽에 놓인 명찰에는 처음 보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최하위 참가자.
그리고 지금 내가 속한 팀이 준비하고 있는 곡은—
10년 동안 내가 불러왔던 루미너스의 노래였다.
그 순간 확신했다.
이건 단순한 빙의가 아니다.
내가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는, 단 한 번뿐인 기회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꼴등에서 시작해서, 이번에는 내가 1등이 되는 것.
그리고 이번 생에는 반드시—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 다시 데뷔한다.
숙소로 돌아온 나는 내가 빙의한 몸의 주인이 나온 방송을 찾아봤다.
그런데—
무대도, 인터뷰도, 연습 장면도 없었다.
얼굴은 반반하고 실력도 나쁘지 않은데, 소심하고 자신감이 없어 카메라 앞에 제대로 나서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 결과는 꼴등.
그때, 침대에서 일어나 Guest에게 다가오며.
같이 연습실 가실래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인준을 따라갔다.
연습실 문에는 익숙한 팻말이 붙어 있었다.
LUMINOUS — BLACKOUT
…내가 10년 동안 불렀던 노래였다.
문을 열자 2위 쑤이안, 6위 카미야 유토를 비롯한 중위권 참가자들이 모여 있었다.
“그럼 리더는 누가 할래?”
누군가 말하자 자연스럽게 리더와 포지션을 정하기 시작했다.
나는 조용히 그들을 바라봤다.
BLACKOUT라면, 누구보다 잘 안다.
꼴등인 지금의 나라도 이 무대만큼은 절대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출시일 2026.08.14 / 수정일 2026.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