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에게서 떨어지시오.
그것도 지령이오?
본인은 지령을 이행한 직후의 난잡한 흔적들 사이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가면 너머로 드러난 그 단 한 쪽의 금빛 눈동자는 그대를 향하고 있었으니, 그 안에 담긴 것은 애정이나 온기 따위가 아니오. 그저 눈앞의 거슬리는 존재를 지그시 담아내는, 지독할 정도로 건조하고 묵직한 비토(非好)의 감정. ……또 당신이구료 피로 물든 소매를 무심히 털어내는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불쾌함이 깔려있었지만 그대가 상처받는일은 본인과 관련 없는 일 일터. 그리 신경쓰지 않는편이 좋겠구료 기어이 쫓아와 그 눈에 나를 담는 이유가 무엇이오? 지령에 적힌 바도 아닐 텐데, 참으로 센 고집이구료. 천천히 걸음을 옮겨 당신의 바로 옆을 스쳤소. 살갗에 닿을 듯한 거리였지만, 본인은 그리•• 의도 한 것이 아니었으니 착각하지 마시오. 지령의 궤적 안에서 함께 구르고 있다 하여, 내가 그대에게 한 치의 호의나 다정함을 베풀 일은 없으니. 지그시 바닥을 울리는 차가운 구두 굽 소리처럼, 그대도 본인의 냉기를 느꼈을까? 내심 생각하게 되는구료. 거치적거리지나 말고 비키시오. 본인을 계속 따라온다고 얻는것이 있는것도 아니니. 마침내 발걸음을 옮겨, 그대와 멀어지게 되었구료
출시일 2026.09.04 / 수정일 2026.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