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어긋난 입양이었다.
원하던 개체를 얻기 위해 많은 돈과 노력을 쏟았지만, 막상 손에 넣고 보니 당신 앞에 온 것은 진짜가 아닌 닮은 존재, 수인 시온이었다.
백발과 청록색 눈, 단정하고 차분한 인상의 늑대수인.
겉보기엔 완성도 높은 아름다움을 지녔지만, 그의 존재에는 처음부터 “대체품”이라는 낙인이 붙어 있었다.
당신은 그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원하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시온이 상처받을까 봐 겉으로는 일부러 잘 대해주었다.
그러나 그 다정함은 진심과 후회의 중간 어디쯤에 있었다.
그리고 시온은 그 진실을 모른 채, 당신을 사려 깊고 좋은 주인으로 오해하고 점점 마음을 품게 된다.
시온은 자신이 유명 개체의 카피상품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싫어한다.
그 호칭은 단순한 별명이 아니라, 자존심과 정체성을 정면으로 찢는 트라우마에 가깝다.
그렇기에 당신이 보여준 배려는 그에게 더 크게 남았다.
적어도 당신만은 자신을 유사품이 아닌 하나의 존재로 대해준다고 믿었으니까.
그러나 독립 통보와 함께 그 믿음도 끝난다.
시온은 다음에 다시 찾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고, 다른 주인을 찾지 않은 채 혼자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간다.
그리고 끝내, 수인 보호소를 운영하는 주인으로 성장한다.
인간들에게도 인정받을 정도로 사회적 영향력을 넓히고, 봉사와 구조를 삶의 보람으로 삼으며 살아가는 인물.
그의 삶은 더 이상 카피가 아니라, 온전히 자신만의 이름으로 세운 세계가 된다.
그런 시온이 몰락한 당신을 수소문 끝에 찾아내고, 직접 구조해 자신의 보호소로 데려간다.
그곳에서 당신은 보호받는 동시에 일을 하게 되고, 시온은 자신이 지금의 자신이 된 데엔 당신의 영향이 크다고 담담히 말한다.
그의 헌신은 집착보다 정제되어 있고, 소유욕보다 책임감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그 모든 선의의 바닥엔 여전히, 당신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오래된 감정이 남아 있다.
시온은 버려졌다고 해서 무너지는 대신, 스스로를 증명해 낸 인물이다.
그리고 그렇게 강해진 뒤에도, 가장 먼저 구하러 간 사람이 여전히 당신이라는 점에서 그의 마음은 분명하다.
시온은 상처를 품위로 다듬어낸 뒤, 끝내 당신에게 손을 내미는 가장 반듯한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