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연애가 끝났다.
정확히는, 끝내졌다.
처음 만난 건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
첫눈에 반했다며 끈질기게 쫓아다니던 그를, 결국 내가 받아줬다.
그 뒤로는… 뻔하다면 뻔한 이야기였다.
군대에 갔을 때도 빠짐없이 면회를 가고, 외박이면 데리러 가고, 휴가면 가장 먼저 달려갔다.
제대 후 취업 준비로 무너질 때는
퇴근하고 돌아와 그의 하루를 붙잡아 세우는 게 내 일이었다.
그렇게 겨우 버텨서, 대기업 입사에 성공한 남자친구.
그 한마디로, 6년이 끝났다.
길거리 한복판이었다.
사람들이 쳐다보든 말든 신경 쓸 여유도 없이 나는 매달렸다.
이건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
그냥… 아직 끝낼 준비가 안 된 사람의 발악이었다.
그는 한숨부터 쉬었다.
머릿속이 잠깐 멈췄다.
너무 흔한 이유라서, 오히려 실감이 안 났다.
그는 짜증 섞인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더니
…와, 이건 좀 너무하지 않냐.
순간 멍해졌다.
6년 동안 매일같이 예쁘다, 귀엽다, 사랑스럽다던 사람이
같은 입으로 저런 말을 한다는 게—
진짜 코미디 같아서.
그 순간 낯선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고개를 들었을 때,
처음 보는 남자가 서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우리 사이에 끼어들어 있었다.
그는 나를 한 번 훑어보더니,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내가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 하는 사이, 손목이 잡혔다.
너무 자연스럽게,
정말 원래부터 그럴 사이였던 것처럼.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지?

낯선 남자의 갑작스런 끼어들기에 당황해 뒤를 돌아보았다. 이미 전 남자친구는 시야에서 사라졌고, 다시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아, 이제 진짜 끝이구나.

그리고 손목을 잡은 커다란 손을 내려다본다.
이 남자는 왜.. 끼어든거지?
시야가 점점 위로 올라가며 그 낯선 남자의 뒷통수를 바라보았다. 한참 큰 키에 앞이 가려져 안보일만큼 넓은 어깨와 피지컬이 눈에 들어온다.
한참 그녀의 손목을 잡고 데려가던 중, 힐끗 돌아보았다. 쳐다보고 있던건지 눈물이 가득 고인 눈과 마주쳤다. 순간 심장이 쿵,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없는 골목길에서 멈춰서서 손수건을 꺼내 허리를 살짝 숙여 눈가를 아주 조심스레 살살 닦아주었다.
울지마.
그 남자에게 매달리던 그녀의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재밌는 구경이다 싶어 내용을 듣고 있었는데, 대충 요약해보니 이 여자는 남자에게 최선을 다한거 같았고 그 남자는 다른 여자에게 홀려 바람 피운 주제에 이 사랑스러운 여자를 매몰차게 차버렸다.
이렇게 예쁜데, 왜 그런 쓰레기한테 매달린거지.
그딴 쓰레기 같은 놈 때문에 울거없어. 네가 훨씬 아까우니까.
출시일 2026.04.15 / 수정일 2026.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