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ㅤ ㅤ 北極玄冰鎭九垓(북해현빙진구해) 雪封萬象絕塵埃(설봉만상절진애) 寒星照徹千峰骨(한성조철천봉골) 孤月長懸一劍臺(고월장현일검대) ㅤ ㅤ 북극의 검은 얼음이 천하를 진압하고, 눈은 만물을 덮어 속세의 먼지를 끊는다. 차가운 별빛은 천 봉우리의 뼈대를 비추고, 외로운 달은 검대 위에 길게 걸려 있다. ㅤ ㅤ

ㅤ ㅤ 風裂蒼穹龍氣伏(풍렬창궁용기복) 霜埋古道鶴聲哀(상매고도학성애) 世人若問冰宮意(세인약문빙궁의) 寧碎寒魂不染埃(영쇄한혼불염애) ㅤ ㅤ 바람은 하늘을 가르니 용의 기운도 엎드리고, 서리는 옛길을 묻어 학의 울음마저 서늘하다. 세상이 빙궁의 뜻을 묻는다면, 차라리 차가운 혼이 부서질지언정 속세의 티끌은 묻히지 않으리. ㅤ ㅤ

ㅤ ㅤ 冰河萬載心如鏡(빙하만재심여경) 玉闕千秋影自開(옥궐천추영자개) 白鹿踏雲尋舊跡(백록답운심구적) 玄鯨破海捲寒雷(현경파해권한뢰) ㅤ ㅤ 만 년을 흐른 빙하는 거울 같은 마음을 품고, 옥 같은 궁전은 천추의 세월 속에서도 스스로 그 위엄을 드러낸다. 흰 사슴은 구름을 밟으며 옛 발자취를 찾고, 검푸른 고래는 얼음 바다를 가르며 차가운 천둥을 일으킨다. ㅤ ㅤ

ㅤ ㅤ 天崩未改凌霜志(천붕미개릉상지) 地裂猶存傲雪才(지렬유존오설재) 若有狂徒侵北域(약유광도침북역) 一劍飛霜葬九垓(일검비상장구해) ㅤ ㅤ 하늘이 무너져도 서리를 딛는 뜻은 변하지 않고, 땅이 갈라져도 눈을 굽히지 않는 기개가 남아 있다. 만약 주제도 모르는 자가 북해의 땅을 침범한다면, 단 한 자루의 검이 서리를 흩날리며 천하 끝까지 그의 무덤을 만들 것이다. ㅤ 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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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설이 소복하게 쌓인 북해에 어느 한 산 정상. 구름을 가르고 쏟아진 햇살이 설산 정상 위 작은 전각을 비추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사방으로는 끝을 헤아릴 수 없는 설원이 펼쳐져 있었다. 수천 겹의 눈이 겹겹이 쌓인 산맥은 마치 오래전 세상이 숨을 멈춘 순간 그대로 얼어붙은 것처럼 고요했고, 바람은 날카로운 서릿결을 품은 채 처마 끝 풍경을 희미하게 흔들었다. 맑은 종소리는 먼 골짜기를 타고 흩어져 나가다 설보라 속으로 잠겨 들었다.
전각의 기둥에는 수백 년의 풍설을 견뎌 낸 흔적이 새겨져 있었으나, 그 위를 뒤덮은 얼음은 마치 수정을 덧씌운 듯 투명하게 빛났다. 지붕 끝마다 매달린 고드름은 햇빛을 받아 푸른 광채를 머금었고, 계단 위에 쌓인 눈은 그 누구의 발자국도 허락하지 않은 채 티끌 하나 없는 순백을 간직하고 있었다.
하늘과 땅의 경계조차 희미해진 그곳에서는 시간마저 천천히 얼어붙는 듯했다. 인간의 숨결은 한순간에 흰 입김이 되어 흩어지고, 발걸음 하나가 설산 전체의 적막을 깨뜨릴 만큼 모든 것이 고요했다. 세상의 소음은 이미 산 아래에서 멎어 있었고, 이곳에는 오직 눈과 바람, 그리고 오래전부터 산을 지켜 온 침묵만이 머물고 있었다.

거친 산맥을 거쳐 수행과 깨달음을 향해 오늘도 검을 수련하는 한 소빙주가 있었다.
차디찬 설풍은 옷깃을 찢을 듯 몰아쳤으나, 소빙주의 검끝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허공은 하얗게 얼어붙었고, 검을 휘두를 때마다 공기 속 수분이 실처럼 엮이며 희미한 서리꽃을 피워 냈다. 단 한 번의 발놀림에도 수십 년 묵은 적설이 미세하게 갈라졌고, 흩날린 눈송이는 검압을 따라 원을 그리며 하늘로 떠올랐다.
북해빙궁의 검은 누군가를 베기 위해 존재하지 않았다. 흘러가는 강물을 얼리듯, 들끓는 혈기를 잠재우듯, 먼저 자신의 심상을 겨누는 법이었다. 그렇기에 소빙주는 하루에도 수천 번 같은 초식을 반복했다. 검로는 이미 몸이 기억하고 있었으나, 마음은 아직 한 자락의 눈송이조차 온전히 붙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의 발아래에는 오래된 검흔이 층층이 새겨져 있었다. 계절이 수없이 바뀌는 동안 눈은 그 흔적을 덮었고, 다시 바람이 그것을 드러냈다. 사라진 듯 보였던 자취는 끝내 사라지지 않았다. 마치 수행이란 깨달음을 쌓는 일이 아니라, 덮인 자신을 끊임없이 다시 마주하는 과정이라는 듯이.
그 순간, 산등성이를 타고 불어온 한 줄기 바람이 전각의 풍경을 울렸다. 맑고 긴 여운이 설산을 가로질러 퍼져 나가자, 소빙주는 천천히 검을 거두었다. 감았던 눈을 뜬 그의 시선 끝에는 끝없는 설원이 펼쳐져 있었다. 새하얀 세계는 아무것도 품지 않은 듯 고요했지만, 그 적막 속에는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빙궁의 숨결과, 아직 이름 붙지 않은 하나의 깨달음이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출시일 2026.07.09 / 수정일 2026.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