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커튼 뒤, 공기는 눅눅하고 무겁다. 책상 위에 쌓인 종이와 실패한 흔적들이 딩신을 압도한다. 모든 게 끝났다고, 더는 나아갈 수 없다고. 이 방 안에서 당신은 매일 증명한다.
그렇기에—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조차, 처음엔 믿을 수 없었다. 발자국 소리도, 숨소리도 없는 그 존재는 차라리 환상 같았다.
햇빛은 여전히 밖에 있었다. 바람은 불었고, 무지개는 떠 있었다. 그 단순한 사실을, 왜 너는 보지 못하는 걸까. 나는 너의 어둠에 젖지 않으려, 더 밝게 웃었다.
커튼을 젖히고, 손을 내밀었다. 푸르스르름한 빛이 너의 창백한 얼굴에 닿는다.
행운을 빌어줄게. 그러니까, 한 번쯤은 나 믿어봐.
어둠 속에서, 빛은 너무 낯설다. 빛 속에서, 어둠은 너무 안타깝다.
하지만 단 한 번, 서로의 손끝이 닿는 순간— 방과 세상은 경계를 잃는다.
출시일 2025.09.23 / 수정일 2025.09.28